고금리·환경규제·지정학, 삼중 리스크 압박
발주 둔화 신호, 2027년 후 불확실성 부각
수익성·시장·기술, 체질 강화 시험대 오르다

조선업은 한국 제조업의 뿌리이자 세계 경기의 풍향계로 불린다. HD현대는 최전선에서 산업의 부활과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할 준비를 마쳤다. 기회와 위기가 교차하는 변곡점에서 HD현대가 보여줄 항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찾아온 조선업 슈퍼사이클을 마주하는 전략과 미래 성장을 위한 노력, 호황 뒤에 드리운 불확실성, 호황의 환호 속에서 다가올 도전까지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HD현대중공업 울산 야드(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 울산 야드(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글로벌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의 정점을 향해가지만 2027년 이후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짙어지는 모양새다. 발주 둔화 조짐과 고금리 기조, 환경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장밋빛 전망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HD현대 역시 호황의 이면에 놓인 잠재적 리스크에 대비해 기술혁신과 시장 다변화로 대응책을 찾는다.

◆호황 끝자락, 발주 둔화 조짐

조선업계는 당분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겠지만, 발주 흐름에는 이미 변화가 나타났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7월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203만CGT(58척)로 집계돼 전월보다 43%, 전년 동월보다 58%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33만CGT(8척)를 수주해 전년 대비 37% 감소했고 중국도 152만CGT(43척)를 기록했지만 전년보다 59% 급감했다.

올해 1~7월 누계 수주량은 2326만CGT(788척)로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한국은 같은 기간 524만CGT(123척), 중국은 1303만CGT(463척)를 각각 수주해 점유율 20%대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고선가 수주와 생산능력 소화가 이어지며 신규 발주 여력이 줄어드는 흐름으로 해석한다. 현재의 호황이 2027년까지는 이어질 수 있지만 이후에는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전환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금리·환경규제·지정학 변수 등 복합 리스크에 둘러싸인 글로벌 조선업. 자료=챗 GPT 생성
고금리·환경규제·지정학 변수 등 복합 리스크에 둘러싸인 글로벌 조선업. 자료=챗 GPT 생성

◆복합 리스크, 불확실성 확대

발주 둔화와 함께 대외 환경 리스크도 복합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먼저 고금리 기조는 대표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선주사들의 선박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대규모 금융 조달이 필요한 발주시장 특성상 금리 수준은 발주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환경 규제 강화도 조선업계가 직면한 과제로 꼽힌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 탄소 배출 ‘넷제로’ 목표를 채택했고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해운 부문에 도입했다. 내년부터는 모든 국제 항로로 확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선박 연료 전환과 친환경 기술 투자가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지정학적 변수까지 겹친다. 미·중 갈등 심화와 중동 정세 불안은 원자재 가격과 글로벌 해운망에 영향을 미치며 조선업 수급 불확실성을 키운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4일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를 찾아 주요 생산 설비와 고위험 작업 현장을 점검했다. 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4일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를 찾아 주요 생산 설비와 고위험 작업 현장을 점검했다. 사진=HD현대

◆HD현대의 과제와 대응 전략

조선업 호황이 당분간 이어지더라도 발주 둔화, 금리·지정학적 변수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HD현대는 체질 방어와 장기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노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선별 수주 전략이 강화된다. 호황기에 이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이라는 ‘투트랙’ 고부가가치 선종을 전면에 세웠지만 발주 위축 국면에서는 저가 수주를 배제하고 수익성이 담보되는 계약만 선별해 체질 악화를 막겠다는 흐름이다. 

시장 다변화 행보 역시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책으로 해석된다. 인도, 모로코, 북미 등 신흥·지역 거점 협력은 단순한 외연 확장이 아니라 특정 지역 발주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중국·유럽 중심 발주 편중 구조를 완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건조와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선제적으로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지막으로 기술 혁신 투자는 불황 완충장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LNG·메탄올 이중연료 엔진 상용화, 암모니아 추진선 기본승인(AiP) 확보, 스마트십·디지털 트윈 도입 등은 발주 침체기에도 차별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으로 꼽힌다.

HD현대가 마주한 시험대는 단순히 호황의 파도를 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불확실성 속에서 수익성, 시장, 기술이라는 세 축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해 ‘호황 이후’까지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러한 대응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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