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영업익 9536억원, 사상 최대 실적
컨테이너선 22척·2조5000억 '잭팟' 수주
'마스가' 협력 성과… 한·미 조선동맹 가속

조선업은 한국 제조업의 뿌리이자 세계 경기의 풍향계로 불린다. HD현대는 최전선에서 산업의 부활과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할 준비를 마쳤다. 기회와 위기가 교차하는 변곡점에서 HD현대가 보여줄 항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찾아온 조선업 슈퍼사이클을 마주하는 전략과 미래 성장을 위한 노력, 호황 뒤에 드리운 불확실성, 호황의 환호 속에서 다가올 도전까지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경기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HD현대GRC전경. 사진=HD현대
경기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HD현대GRC전경. 사진=HD현대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글로벌 조선업이 다시 한 번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의 발주가 잇따르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위상이 회복되는 가운데 HD현대가 사상 최대 실적, 대형 수주,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까지 더해 글로벌시장의 중심에 섰다.

◆계열사 전방위 성장… 대형 수주 랠리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조4284억원, 영업이익 95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3%, 153.3% 증가한 수치다. 조선 부문은 영업이익이 104.5% 늘어난 8056억원을 달성했고 엔진기계와 해양플랜트 부문도 고르게 성장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계열사별로 보면 HD현대중공업은 매출 4조1471억원, 영업이익 4715억원으로 그룹 내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 HD현대삼호와 HD현대미포도 각각 영업이익 3717억원, 894억 원을 거뒀다. 

HD현대마린엔진 역시 친환경 이중연료 엔진 수요 확대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1.2% 늘었다. 그룹 전반이 조선업 호황의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이 같은 성과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달 22척 규모의 컨테이너선 대량 수주다. HD한국조선해양은 4일간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확보했다. 울산 HD현대미포는 3000TEU급 이하 중소형 컨테이너선을, 전남 영암 HD현대삼호는 8400TEU·1만6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을 각각 맡아 2028년까지 인도한다. 일부 선박에는 LNG 이중연료 엔진과 스크러버가 적용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를 충족한다.

HD현대삼호가 2022년 인도한 1만50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사진=HD현대
HD현대삼호가 2022년 인도한 1만50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사진=HD현대

◆컨테이너선 '잭팟'과 한국의 반격

컨테이너선시장 판도도 빠르게 바뀌는 추세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했지만 최근 들어 한국 조선사들이 기술력과 납기 신뢰도를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HD현대미포는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3000TEU 미만 피더선 33척 가운데 16척을 수주하며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과 달리 한국은 기술력과 품질, 납기 신뢰로 반격에 나선 결과다.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요 확대도 HD현대의 호황을 뒷받침한다. HD현대중공업은 2분기 매출에서 LNG 운반선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LNG선과 컨테이너선이라는 ‘투트랙’ 고부가 선종이 HD현대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컨테이너선 발주는 최근 몇 달 새 확연히 한국 조선사 쪽으로 기울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조선업체들의 컨테이너선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중소형 선종에서는 중국을 크게 앞섰다. 글로벌 선주들이 기술 신뢰도와 친환경 선박 건조 경험을 중시하면서 가격 일변도의 발주 패턴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HD현대는 CMA CGM으로부터 1만5000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12척을 수주했다. 해당 선박들은 2027~2028년 인도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의 수주 전략이 물량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한 조현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HD현대 조석 부회장(오른쪽)과 이상균 사장(왼쪽)의 안내를 받아가며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건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한 조현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HD현대 조석 부회장(오른쪽)과 이상균 사장(왼쪽)의 안내를 받아가며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건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HD현대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 '신호탄'

여기에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의 화물보급함 ‘앨런 셰퍼드’호 정기 정비를 수주하며 MRO(유지·보수·정비)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마스가의 핵심은 미국이 추진하는 군수 정비·개조 물량을 한국 조선소와 분담하는 구조로 미 해군이 운용하는 다양한 군수지원함과 상선 정비 시장까지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준다. 이번 앨런 셰퍼드호 정비 수주는 사실상 문을 연 ‘파일럿 케이스’라는 점에서 업계의 상징성이 크다.

정치·외교적 지원도 두텁다. 외교부 장관과 국회 외통위 의원단이 직접 울산 조선소를 찾아 마스가 프로젝트를 논의했고 정상회담 의제까지 거론되는 등 한·미 동맹 차원의 사업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HD현대는 민간 선박 발주와 미 해군 정비 수주라는 ‘군수 시장’까지 발을 넓히며 호황의 폭을 넓혀간다. 국제 정치·군사 협력까지 호황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LNG 수요 확대와 친환경 선박 규제 강화, 그리고 마스가 같은 국제 협력 프로젝트가 겹쳐 이번 슈퍼사이클이 2027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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