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십·AI 생산관리… 디지털 혁신으로 체질 강화
인도·모로코·북미 진출, 글로벌 거점 확장 전략 가속
LNG·암모니아·메탄올, 차세대 친환경 선박기술 선도
조선업은 한국 제조업의 뿌리이자 세계 경기의 풍향계로 불린다. HD현대는 최전선에서 산업의 부활과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할 준비를 마쳤다. 기회와 위기가 교차하는 변곡점에서 HD현대가 보여줄 항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찾아온 조선업 슈퍼사이클을 마주하는 전략과 미래 성장을 위한 노력, 호황 뒤에 드리운 불확실성, 호황의 환호 속에서 다가올 도전까지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HD현대가 글로벌 조선업 슈퍼사이클의 성과를 수주 확대에 머물지 않고 미래 경쟁력으로 연결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과 디지털 전환,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집중한다. 국제 해양 규제 강화와 신흥시장의 부상,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장기 성장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 친환경 선박, 규제 대응에서 경쟁력으로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해운산업의 탄소 배출을 ‘넷제로’로 끌어내리는 목표를 채택하면서 글로벌 조선업계의 기술 개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유럽연합은 올해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해운에 도입했고 2026년부터는 모든 국제 항로에 확대 적용한다.
HD현대는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선, 배기가스저감장치(스크러버) 장착 선박 등 현행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선종에서 이미 시장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HD현대미포와 HD현대삼호에서 건조되는 중대형 컨테이너선 상당수에는 LNG 듀얼연료 엔진과 스크러버가 탑재돼 국제 기준을 충족한다.
차세대 연료 분야에서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2023년 세계 최초로 대형 암모니아 운반선의 기본승인(AiP)을 획득했고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설계 인증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자회사 HD현대마린엔진은 LNG·메탄올 이중연료 엔진을 양산하며 엔진기계 부문의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방침이다.

◆ 글로벌 거점 확대, 인도·모로코 협력
HD현대는 조선업 호황기를 활용해 글로벌 생산·수주 네트워크 확장에 나섰다. 인도와 모로코 등 신흥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가 주목된다.
인도에서는 국영 코친조선소와 HD현대간 포괄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설계·기자재 지원, 생산성 향상, 인적 역량 강화 및 교육훈련 체계 고도화 등을 추진 중이다.
인도 정부는 ‘인도 해양산업 비전 2030’과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 전략 아래 2030년까지 세계 10위 조선 국가로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해양개발기금 조성 등 조선업과 해양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한다.
이 밖에도 HD현대중공업은 모로코 국립항만청이 발주한 카사블랑카 조선소 운영권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 입찰 대상 조선소는 약 21만㎡ 규모의 부지에 드라이도크와 리프팅 플랫폼, 부두 등의 주요 설비를 포함해 조성될 예정이다.
모로코는 이 시설의 30년 운영권을 맡길 사업자 선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선소는 대서양 연안에 위치해 아프리카·유럽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모로코 정부가 현재 16척 수준인 상선을 2040년까지 100척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HD현대가 운영권을 확보할 경우 현지 발주 물량은 물론 유럽 주요 선주사 대상 수주 확대까지 기대된다.
북미에서는 미국 조선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2028년까지 ECO 조선소에서 중형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공동 건조할 계획이다. HD현대는 설계·기술 지원과 블록 일부 제작, 기자재 조달 역할을 맡는다. 협력 범위는 다양한 선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 디지털 전환, 스마트십·조선소 혁신
친환경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에 이어 HD현대가 집중하는 또 다른 축은 디지털 전환이다. HD현대중공업은 ‘스마트십 솔루션’을 통해 자율운항 지원, 원격 모니터링, 운항 최적화 서비스를 선주사에 제공한다. 선박의 운항 효율과 연료 절감을 동시에 구현해 선주들의 수요를 충족시킨다.
조선소 현장에서도 디지털 트윈과 인공지능(AI) 기반 생산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건조 효율성을 강화한다.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적용해 불량률을 줄이고 납기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HD현대는 이를 통해 대형 발주 물량을 소화하고 일정 준수와 품질을 동시에 확보한다.
HD현대의 전략은 장기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전망이다. 친환경 선박 기술, 글로벌 생산·수주 네트워크, 디지털 전환이라는 세 축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제 조선 시장에서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기회를 넓히는 기반이다.
업계에서는 HD현대가 이 같은 전략을 통해 호황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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