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 사용하면 국가 신용등급 하락 등 부담
대규모 국채 발행 시 환율 폭등· 외국인 이탈
"협상 실패 시 연간 260.7억달러 관세 추가될 것"

[서울와이어=노성인 기자] 한국과 미국이 3500억달러(약 488조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 펀드 관련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국익우선'기조아래 대미협상을 전개중이나 펀드 출자방식ㆍ재원 조달 등 해법을 찾느라 고심중이다.
미국측과 투자협상을 하고 19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기자들에게 "(미국 측에) 일본과 한국은 다르다는 부분을 최대한 설명했다"며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서 전반적인 협상 상황과 우리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 협의하고 왔다”고 말했다.
여전히 한ㆍ미간 3500억 달러 투자건에 대해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와관련, 미국이 요구한 대로 전액 현금 출자할 경우 원/달러 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반대로 협상을 포기하고 25%의 관세를 부담하는 경우도 환율 상승은 불가피해 사실상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보고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정부의 관세협상 후속 협의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 7월 한미는 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대신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다만 수익 배분 등 세부 이행 방안에서는 이견이 나오면서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정부는 7월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발표하며 “3500억달러 대부분이 보증과 대출 성격이고, 현금은 극히 일부”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미국이 투자금 거의 전액을 “현금으로 출자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른바 ‘백지수표 투자’를 한 일본의 사례를 들어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일 관세합의에 따르면 일본은 5500억달러(약 769조원)를 전액 현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지정할 경우 45일 안에 미국 계좌에 즉시 자금을 제공해야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같은 조건이라도 한국은 일본에 비해 부담이 훨씬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7월 말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4113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달러는 전체 보유 달러의 84.1% 수준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투자액이 외환보유액 대비 42.2% 그친다. 또한 일본은 준기축통화국일 뿐 아니라 달러·엔 통화스와프가 무제한 가능해 외화 유출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외환 유출을 막기 위해 국채 등을 발행에 투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국책은행들이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으나 현재 이런 채권은 연간 100억달러 정도만 발행할 수 있다. 정부가 원화 표시 국채를 대거 발행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바꿔서 마련한다며 즉시 원화 환율이 치솟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 원화를 달러와 맞바꾸는 통화 스와프를 제안했으나 미국은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에 “미국 측의 요구가 현실화된다면 단기적으로 국내 달러 환전 수요 급증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 가능성은 물론 국내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로 인한 금융 혹은 외환시장의 잠재적 취약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측이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허용해 준다면 외환시장 불안 요인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겠지만 달러 재원 조달의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협상에 응하지 않고 관세 25%를 수용하는 방법도 국내 경제 및 외환시장에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경우 중국, 베트남 등과 마찬가지로 관세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관세율 10%가 적용된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한국은 미국에 관세로 월평균 13억9000만달러를 지급했다. 이를 토대로 관세율 15%가 적용되면 연간 249억4000만달러를 미국에 내게 된다. 관세율이 25%로 10%포인트 더 오르면 추가로 260억7000만달러를 줘야 하는 셈이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관세 연간 증가분(260억7000만달러)은 대미 투자 펀드 3500억달러의 7.5%로 약 13년 6개월에 걸쳐 나가는 금액”이라며 “협상이 추가로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과 한국의 구조적 경제력 격차 우려에 따라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중장기 우상향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 후 3450선 ‘숨고르기’
- 韓·美 무역협상, '3500억불 투자' 난기류 빠져나올까
- 뉴욕증시, 금리인하 하루만에 3대지수 사상 최고치 마감
- 美 금리 '스몰 컷'에 증권가 “국내 증시 상승 추세 영향 無”
- [특징주] 스테이블코인株, 美 암호화폐 훈풍에 '강세'
- 미래에셋운용, ‘TIGER ETF’ 순자산 80조원 돌파
- 키움증권, API 통한 KRX금시장 거래 서비스 오픈
- 거래소, FICC 파생상품시장 개장 15분 앞당겨
- 피에로컴퍼니, 한국투자증권과 IPO 주관 계약…"글로벌 IT 자산 플랫폼 성장"
- 코스피, 장중 사상 최고치 후 3440선 마감…차익실현 매물에 ‘숨 고르기’
- [증시 주간 전망대] 금리 인하 사이클 VS 단기 급등 부담…코스피 3200~3500P
- 원/달러 환율 "강달러·저가매수세에 1390원 중후반 등락 전망"
- 코스피, '삼성전자의 힘' 하루만에 반등하며 3480선 ‘터치’
- 증권가, 고위험 상품 판매 중단 왜?...당국 "소비자 권익 고려"에 선제 대응
- 3500억달러 투자 협상 분수령… 김용범 "통화 스와프 없인 다음 단계 불가"
- "미측, 우리 입장 상당부분 수용"...'3500억 달러 협상' 마무리 어떻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