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종합병원 슈퍼리치 연루
“1000억 규모 시세조종 자금 투입…차익만 230억”
“주가조작, 자본시장에 발 못붙이게 할 것”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범 기념 현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범 기념 현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와이어=노성인 기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하 합동대응단)이 출범 이후 첫 ‘주가조작 1호 사건’을 발표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강경 대응 의지를 밝힌만큼 추가 사례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합동대응단은 한국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2024년 초부터 현재까지 은밀하게 주가를 조작해 4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해 온 대형 작전세력이 적발됐다“며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 등을 기반으로 신속히 추가 조사를 마무리하고 엄정조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종합병원·한의원·대형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등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재력가들이 금융회사 지점장·자산운용사 임원·유명 사모펀드 전직 임원 등 금융 전문가들과 공모해 2024년 초부터 현재까지 은밀하게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해 왔다.

이들이 현재까지 실제 취득한 시세차익만 230억원에 이르며 현재 보유 중인 주식도 1000억원 상당에 이르는 대규모 장기 시세조종 사건이다.

혐의자들은 평소 일별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주가조작 대상으로 정하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법인자금·금융회사 대출금 등을 동원, 1000억원 이상의 시세조종 자금을 조달해 유통물량의 상당수를 확보했다.

이어 시장을 장악(혐의자 매수주문량이 시장 전체의 약 3분의 1 차지)한 후 고가매수, 허수매수, 시·종가관여 등 다양한 시세조종 주문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꾸준한 주가 상승세를 만들어 투자자를 유인했다.

구체적으로 혐의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대량 주식으로 매매를 주도하면서 수 만회에 이르는 가장·통정매매 주문을 제출한 후 단기간 내 체결시키는 수법으로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고 혐의기간 중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하는 등 수급을 통제했다.

또한 이들은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회피하기 위해 수십 개의 계좌를 통해 분산 매매하고 자금흐름을 은폐했을 뿐 아니라 주문 IP를 조작하거나 주가조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 상황을 활용한 정황도 발견됐다.

1년 9개월 동안 거의 매일 주가조작을 실행해 유통주식 수량 부족으로 거래량이 적은 해당 주식의 주가를 주가조작 전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상승시켰다.

이번 사건은 주가조작 근절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정부 방침에 따라 출범한 합동대응단의 ‘1호 사건’이다. 금감원의 시장감시 과정에서 처음 포착된 뒤, 금융위·금감원·한국거래소 간 기관 공조를 통해 신속한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해석이다.

과거 주가조작 사건은 적발부터 압수수색, 지급정지 조치까지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적발부터 차단까지 수개월 내에 진행됐다.

서울남부지검도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으로서 압수수색 영장을 신속히 청구하는 등 수사 초기부터 협력에 나섰다. 이번 사건은 종합병원장, 금융회사 전직 임원, 자산가 등 이른바 ‘엘리트 그룹’이 조직적으로 공모한 지능형 시세조종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영향이 크다.

합동대응단은 범죄가 진행 중인 단계에서 이를 조기 차단함으로써 추가 피해 확산과 부당이득 누적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들이 취득한 불법재산을 전액 환수할 방침이다.

합동대응단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당국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금융투자상품 거래 및 임원선임 제한 등의 신규 행정제재를 적극 적용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주가조작 세력이 우리 자본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원회 산화 증권선물위원회 역시 이날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A사의 내부자인 B씨에 부당이득의 2배(법상 최대한도)에 해당하는 4860만원 상당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 3대 불공정거래(미공개·시세조종·부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제도 도입 이후 ‘1호 과징금’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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