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 저가 철근 급증, 국산보다 10% 저렴해
반년 만에 최저가… '팔수록 손해' 구조 고착화
신축 급감·개보수 부상… 수요 구조 전환 못 따라가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국내 철강사들이 철근 가격을 지키기 위해 연이어 가격 인상과 공급 축소에 나섰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건설 경기 침체와 저가 수입산 공세라는 외부 요인에 더해 국내 철근 수요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이달 들어 t당 67만 원대까지 하락해 반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잇따라 가격 인상안을 내놓고 재유통 물량을 통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 가격은 여전히 원가 수준을 밑돌고 있다.
제강사들이 주장하는 손익분기점은 t당 75만~80만 원 선. 그러나 실제 거래 가격은 이보다 10% 이상 낮아 ‘팔수록 손해’ 구조가 장기화되고 있다. 여름철 설비 셧다운까지 동원하며 공급을 줄였지만 가격 방어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업계의 또 다른 고민은 수입산 공세다. 지난 7월 국내로 들어온 철근 수입량은 1만5695t으로 전년 동기 대비 5배 넘게 늘었다. 일본산은 1만t 이상 유입되며 단일국가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고 중국산도 8배 이상 급증했다. 평균 수입 단가는 t당 64만~66만 원으로 국산 대비 10% 이상 저렴하다.
일각에선 단순히 ‘저가 덤핑’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기 침체기에 원가 절감이 절실한 건설사들이 합리적 선택을 한 결과라는 것이다.
철근 가격 하락을 공급과잉으로만 해석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건설 착공 면적은 7931만㎡로 최근 10년 평균의 67% 수준에 불과하다. 주택·상업용 신축 시장이 급감하면서 철근의 ‘전통적 수요처’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대신 리모델링, 인프라 개보수, 친환경 건축 등 새로운 수요가 조금씩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철강사들의 생산 체계는 여전히 대량 신축 중심의 철근에 맞춰져 있어 수요 구조 전환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강업계는 정부의 철강 산업 고도화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초부터 철강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기술 전환·친환경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정부 지원보다도 “시장 수요 변화에 맞춘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가격 인상 카드는 단기적 숨 고르기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가 수입산과 침체된 건설 경기라는 이중 압박을 넘어서려면 단순한 가격 방어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철근 시장은 이미 신축 중심에서 개보수·친환경 건축으로 수요 축이 이동하고 있다”며 “K-철강이 새로운 수요를 선점하지 못한다면 가격 인상은 그저 ‘시간 벌기’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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