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클라우드·ESG 전환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세
3분기 실적 안정세 이어가며 하반기 반등 기대감 확대
루이지애나 설비 계약 본격화… 58억달러 투자 구체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현대제철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며 글로벌 시장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미 무역협상 타결로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미뤄뒀던 설비 계약과 지분 구조 확정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전기로 기반의 저탄소 자동차강판 체제를 구축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루이지애나 설비 협상 돌입… 美 거점 구축 '시동'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건설과 관련해 주요 설비업체 선정을 마치고 커미셜 협상 단계에 들어섰다. 이번 프로젝트는 총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가 투입되는 초대형 투자로 2029년 상업생산 개시를 목표로 한다. 전기로 기반의 일관제철소로 구축해 원료부터 제품까지 전 공정을 아우르며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생산능력은 연 270만t 규모로 직접환원철 생산설비와 전기로, 열연·냉연강판 라인으로 구성된다. 자동차강판 중심의 고부가 제품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완성차사의 탈탄소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6월 현지 법인 ‘Hyundai Steel Louisiana LLC’를 설립하고 8월 자본금 100만달러(약 14억원)를 납입했다.

이와 함께 루이지애나 주정부와 전기요금·공업용수 인센티브를 협상 중이며 사우스 루이지애나 항구와 협력해 어세션 패리시 지역 심해부두 건설도 검토한다. 

현대제철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프로젝트 추진 여건이 개선됐다”며 “이르면 이달 중 지분 구조를 확정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포항공장. 사진=현대제철

◆3분기 실적 방어… 하반기 개선 신호도 포착

실적 흐름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7344억원, 영업이익 932억원, 당기순이익 1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80.9% 늘어난 수치다.

매출은 건설경기 둔화로 전분기 대비 3.6% 줄었지만 원재료 가격 하락과 자동차강판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가 수익성을 지탱했다. 봉형강 부문은 공급 과잉 여파로 부진했지만 열연 반덤핑 관세 부과 이후 중국·일본산 저가 물량이 급감하면서 내수 가격 인상 여력이 생겼다.

현대제철은 “저가 수입재에 대한 통상 대응 효과가 4분기부터 본격 반영돼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루이지애나 프로젝트와 겹친 글로벌 판매망 확대가 내년부터 수익성 회복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부가 제품 중심의 판매 전략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현대제철의 체질 개선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기로·ESG·디지털 전환… 글로벌 체질 개선 가속화

현대제철은 북미 투자와 동시에 생산·공정·경영 전반의 구조 전환을 병행한다. 전기로를 중심으로 한 저탄소 생산체제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국내 전 사업장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도입했다. 저탄소 인증 철강재를 AWS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에 공급하며 친환경 강재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비해 2023년부터 탄소배출량 측정·보고 체계를 구축했으며 앞으로 고객사 부담 방식으로 탄소비용을 전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이를 기반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실질적 이행과 수익 구조 개선을 병행할 방침이다.

제품 경쟁력 강화도 이어진다. 현대제철은 MS강, 3세대 초고장력강, 자율주행차용 냉연강 등 차세대 강재 라인업을 확대하고 글로벌 완성차사와 부품 평가를 진행 중이다.

인도 푸네 완성차 클러스터 내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준공해 글로벌 자동차강판 공급망을 강화했으며 호주에서는 지속가능성 인증을 취득해 건설시장 내 입지를 넓혔다.

건설 부문에서도 모듈러 주택 수요에 대응해 바닥 충격음 저감기술과 H형강 구조 시스템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하며 시장 선점을 노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 제철소와 관련해 주요 설비업체 선정 후 커미셜 협상 단계로 들어간 만큼 프로젝트가 계획→실행 전환의 초입에 선 것은 맞다”며 “다만 전력요금·원료(스크랩·DRI) 조달, 항만·인허가 일정, 지분 구조 같은 핵심 변수가 정리돼야 투자 규모와 일정의 실효성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실적은 열연 반덤핑 등 통상 대응 효과가 4분기부터 반영될 수 있지만 건설 수요 둔화와 봉형강 약세가 상쇄 변수인 만큼 개선 속도는 단계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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