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여파, EU도 철강 규제 검토
포스코·현대제철 등 유럽 의존도 높아 긴장
정부 대규모 주택 착공, 철근 수요 회복 기대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미국의 50% 고율 관세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규제 강화를 검토하면서 수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의 수도권 135만호 공급 계획이 철강업계에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834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억8255만달러)보다 25.9% 감소했다. 2021년 3월 2억7057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감소율도 2023년 1월(-32.7%)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미국의 고율 관세는 가격 경쟁력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물량을 크게 위축시켰다. 전통적으로 한국 철강사들의 핵심 시장이었던 미국에서 물량이 급감한 만큼 실적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EU, 추가 관세 도입 목소리

문제는 미국발 충격이 유럽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독일 티센크루프 감독위원회 의장은 "EU도 철강에 대한 품목별 관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미국 관세로 저가 물량이 유럽으로 몰리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EU는 세이프가드를 적용해 쿼터 초과분에 25% 관세를 적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열연·냉연·도금강판 등 주요 품목의 쿼터를 줄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열연 제품은 19만t에서 16만t으로 14% 축소됐다. 이 같은 흐름은 추가적인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발 관세 충격에 이어 EU까지 추가 규제를 검토하면서 철강업계의 불안감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수출액은 66억달러(약 9조원)에 달했다. 지난 7월까지도 이미 35억달러(약 4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포스코는 유럽의 해외 매출 비중 15%를 차지한다. 동남아(21%), 일본(16%)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현대제철 역시 해외 영업부문 영업이익의 32%를 유럽에서 거둔다. 결국 EU 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추가 규제는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외 여건이 악화되는 사이 내수 시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진다. 지난주 철근 유통가는 t당 68만원으로 전주 대비 1.4%가량 하락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유지되던 70만원 선이 무너졌다. 국내 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이 t당 70만원 중후반대임을 고려하면 적자가 뒤따를 전망이다.

◆내수 회복, 유일한 변수로 부상

수출길이 좁아지는 가운데, 정부의 수도권 135만호 주택 공급 계획은 철강업계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5년간 LH가 직접 시행자로 나서 신규 아파트 공급을 주도하고 인허가 절차도 대폭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철강업계는 정책의 실행력을 주목한다. 정책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추진 과정에서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정부와 LH가 가격 결정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만큼 봉형강·철근 가격의 향방도 주시한다.

철강 산업은 당분간 내수 회복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해외 수출길이 좁아진 만큼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가 수요 회복을 이끌 유일한 변수로 꼽힌다. 그러나 건설 경기 회복세가 더딜 경우 기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 여건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내수는 아직 본격 반등이라 보긴 어렵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공급 대책이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서 집행되느냐가 향후 수요 회복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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