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컴퍼니, SK디앤디 자진 상폐 추진 중
쉬운 투자금 회수 위한 방법으로 주목
'기울어진 운동장' 공개매수 직전 사전 매집 정황 多 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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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노성인 기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상장폐지 목적 공개매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만 시장 내 유망 종목이 잇따라 사라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헐값’ 상장폐지 논란도 불거지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특수목적법인(SPC) 한앤코개발홀딩스를 통해 종합 부동산 개발사 SK디앤디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뒤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한앤코개발홀딩스는 공동 최대 주주인 SK디스커버리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해 디스커버리가 보유한 보통주 582만1751주를 우선 취득했다. 전날부터 이달 29일까지 제외한 잔여 지분 696만2587주 전량을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앞서 VIG파트너스도 지난 6월 특수목적법인(SPC) ‘비엔나투자목적회사’를 통해 미용 의료기기 기업 비올을 공개매수 후 상장 폐지한 바 있다. 사모펀드가 공개매수로 상장폐지를 고려하는 이유는 기업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투자금 회수를 위한 엑시트도 그만큼 쉽다는 설명이다.

개인투자자로서도 이런 상장폐지 움직임은 단기적으로는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보유 주식을 처분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실제 SK디앤디의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1만2750원으로 직전 거래일(9월 30일) 종가 1만1190원 대비 13.9% 높은 수준이다. 1개월 가중평균주가(1만567원) 대비 20.7%, 3개월 평균주가(1만294원) 대비 23.9%의 프리미엄이 적용됐다.

다만 매력적인 종목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이라 자진 상장폐지가 반복되면 투자자 선택지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으면 장외거래를 해야 해 주식 거래가 번거로워지는 문제도 있다.

여기에 더해 공개매수 발표 직전 일부 투자자들의 선행 매집 정황이 포착되는 등 시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SK디앤디의 경우 지난달 19일만 해도 9930원 수준에 거래됐지만 22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5일에 1만600원까지 올랐다. 이어 29일에는 하루 만에 9.34% 뛰어 1만1360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공개매수 발표를 앞두고 ‘큰손’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싼값에 매집했다는 의심이 나온다.

과거에도 MBK파트너스가 다나와 운영사인 커넥트웨이브 공개매수 계획을 밝혔을 때도 발표 전 거래일에 20%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락액락에 대한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하기 전날에도 13%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주환원 요구와 기업 공시 등 의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개매수 후 자진 상장 폐지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선진 자본시장 정책인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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