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비디아, AI 팩토리 프로젝트 추진
효율·수율·품질 올려 TSMC 맹추격 계획
SK그룹, 울산 AI 데이터센터에 GPU 투입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후속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후속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 SK그룹에 각각 5만장의 인공지능(AI)칩을 우선 공급하기로 하며 실질적 효과와 이를 활용한 계획에 관심이 모인다.

삼성전자는 엔비다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반도체 AI 팩토리’를 가동, 수율·품질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수립했고, SK그룹은 설립을 추진 중인 국내 데이터센터에 이를 투입해 AI 기술 고도화 기반을 마련한다.

◆삼성전자, AI 기반 제조 ‘대전환’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I 팩토리 프로젝트를 송용호 부사장을 중심으로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사장은 지난해 신설한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내 ‘AI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19년 삼성전자에 영입된 후 AI 기술을 반도체 제조에 접목한 생산 최적화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어온 만큼, 이번 프로젝트를 주요 책임자로서 이끌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AI 팩토리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스스로 학습하는 지능형 제조 플랫폼이다. 반도체 개발 및 양산 주기를 단축하고 품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AI 팩토리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엔비디아의 GPU와 함께 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도 적극 활용한다.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기반으로 디지털 트윈(가상 공장) 제조 환경을 구현할 계획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되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되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에서도 삼성전자는 AI 팩토리를 통해 대만 TSMC 추격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70.2%, 삼성전자가 7.3%로, 60%포인트 이상 격차가 난다. 게다가 3위인 중국 SMIC(5.1%)의 경쟁력이 올라오며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2023년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 공정 양산에 성공했지만 이후 수율 및 성능 부진에 시달리며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매 분기마다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 적자를 냈다.

다만 삼성전자는 올 들어 2나노 공정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며 고객사를 확대 중이다. 테슬라와 총 22조7648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차세대 칩 ‘A16’을 양산하기로 했다. A16은 내년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기세를 몰아 엔비디아와 협업을 통해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등 삼성전자 고유의 기술을 더욱 강화해 시장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AI 팩토리의 디지털 트윈이 파운드리 사업의 핵심인 수율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엔비디아와 동맹이 굳건해지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GDDR), SOCAMM2 등 AI 반도체 공급도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GPU 공급이 단순 하드웨어 구매가 아닌,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HBM 물량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고 AI 팩토리 구성에 엔비디아가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양사의 유기적 상호작용이 강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AI 팩토리 성공적 구현을 통해 GPU 수요 기반 확대와 더불어 HBM3E(5세대), HBM4(6세대) 스펙 상향과 공급 확대도 동시에 충족할 것”이라며 “이번 양사의 협력은 삼성 메모리 사업에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SK, 울산 데이터센터에 GPU 투입

SK그룹이 확보한 GPU 5만장은 울산 AI 데이터센터(AIDC)에 투입될 전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엔비디아로부터 공급 예정인 최대 5만장의 GPU는 울산 AIDC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울산 데이터센터는 GPU 총 6만장 이상을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 중”이라고 밝혔다.

울산 AI 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울산시

SK그룹은 AI 기반 기업으로 체질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울산 AIDC를 성공적으로 완공해 계획에 힘을 보탠다는 방침이다. 다만 SK가 확보한 GPU 5만장으로는 목표 설계 수용량에 1만장가량이 부족해 앞으로 추가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

울산 AIDC는 SK그룹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설립을 추진 중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7조원을 투자해 103MW(메가와트) 규모로 건설된다. 엔비디아 GPU를 사용해 울산은 단일 거점 기준 국내 최대 수준의 AI 연산 인프라를 확보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기조연설에서 SK의 AI 인프라 구축 방향에 대해 “SK는 스스로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반도체부터 전력, 에너지솔루션까지 제공해 가장 효율적인 AI 인프라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가장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AI 인프라 구조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이어가며 HBM 시장 지배력도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GPU에 탑재되는 HBM 물량 중 가장 많은 비중을 공급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내년 펼쳐질 HBM4에서도 경쟁 우위로 평가한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HBM4 공급 협의를 마무리했고 4분기 HBM4 양산을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엔비디아 GPU를 이용한 AI 팩토리 구축이 늘어날수록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모두에게 이득이다. 벌써 내년 물량을 ‘솔드아웃(완판)’ 시킨 SK하이닉스는 HBM 캐파(생산능력)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늘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 제품은 2023년 이후 완판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HBM뿐 아니라 D램과 낸드의 내년(2026년)도 생산분도 사실상 완판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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