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D램 점유율… 삼성 34.8%, SK 34.4%
AI 수요 높은 상황에서 양사 생산 능력 중요성↑

지난 22일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HBM4 실물.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HBM4 실물.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D램 점유율 선두를 탈환했다는 집계가 나왔다. 올해 초 33년 만에 SK하이닉스에 점유율 1등을 내주며 자존심을 구긴 삼성전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확대로 다시 위상을 끌어올렸다. 

인공지능(AI) 수요에 따른 메모리 시장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사의 경쟁은 이제 생산능력(CAPA)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시장조사업체 차이나플래시마켓(CFM)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34.8%, SK하이닉스가 34.4%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전통의 D램 강자였던 삼성전자는 올 2분기까지만 해도 HBM 공급 난조로 왕좌에서 내려왔으나 HBM 고객사를 늘리며 다시 따라잡았다. CFM는 삼성전자의 3분기 D램 매출을 전 분기 대비 29.6% 증가한 139억4200만달러로 집계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이다.

CFM은 “삼성전자의 HBM 비트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85% 급증했고,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겹쳐 전체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긴 시간동안 HBM 핵심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주력 HBM3E(5세대) 검증을 받으며 납품이 미뤄져 왔으나 3분기에 퀄테스트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에 HBM3E를 공급하고 범용 D램 출하량도 늘고 있다”고 밝히며 엔비디아 공급선을 확보했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특히 HBM은 D램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HBM 출하량이 늘면 D램 생산량도 급격히 증가한다. 빅테크 대규모 납품을 통해 삼성전자가 D램 점유율을 회복한 이유다.

또 전 세계적으로 범용 D램의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의 점유율 상승에 일조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자 HBM과 함께 범용 D램 수요도 함께 폭증해 시장에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DDR5, 모바일용 D램 등 범용 D램에서 점유율 약 40%를 꾸준히 유지하며 1등을 차지하고 있어 이 같은 상황이 호재로 읽힌다. 

0.4% 차이로 2위로 내려온 SK하이닉스는 여전히 강하게 치고 올라가는 입장이라 삼성전자와 계속해서 선두 다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1분기에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HBM4(6세대)를 고객사에 공급할 것이 유력해 빅테크 수요가 몰릴 것이 확실하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생산능력(CAPA)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양사가 내년 HBM 물량을 무리 없이 완판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제 누가 더 생산을 빠르게 많이 하냐가 중요해 진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CAPA 측면에서 세계 최대 규모 메모리 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국면에서 공급 경쟁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평택 5공장도 신설에 들어가며 수년 내 생산능력을 대폭 강화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버금가는 초대형 반도체 공장(팹)을 6기를 건설해 진검승부를 벌인다. 

SK하이닉스는 용인에 약 126만평 부지의 생산거점을 2028~2030년에 조성해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만 600조원에 달하는 SK하이닉스 최대의 프로젝트다.

업계 관계자는 “AI 수요 폭증이 이어지는 한 대규모 증설이 가능한 업체가 시장 영향력을 더 크게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삼성이 하반기부터 공격적으로 HBM 납품을 확대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어 점유율 변동폭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기록적인 호황을 맞고 있다. 3분기 D램 시장 규모는 400억370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24.7%,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낸드(NAND) 시장 역시 AI 열풍을 타고 강세를 보이며 전 분기 대비 16.8% 성장한 184억2200만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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