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초반 5% 급등 엔비디아, 하락 마감
기술주 '패닉', 반도체주 일제히 추락
연준 금리 인하 기대 약화까지 겹쳐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엔비디아의 ‘호실적 훈풍’이 뉴욕증시에서 하루도 이어지지 못했다. 장 초반 엔비디아발 기대감에 뉴욕 주요 지수는 2% 가까이 상승했으나, 기술주 전반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시장이 급반전했다.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이 재부각되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시간으로 20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장 대비 0.84%(386.51포인트) 내린 4만5752.26에 마감됐고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1.56% 하락한 6538.76을 기록했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지수는 2.15% 급락한 2만2078.05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날 정오 무렵부터 고평가 우려가 다시 부상하며, S&P500 지수가 약세로 급반전한 것이 장 후반까지 이어졌다.
9월 미국 고용보고서도 시장 기대감을 살리지 못했다. 비농업 고용이 11만9000명 증가하며 예상을 웃돌았으나, 실업률이 4.4%로 오르면서 고용 둔화 우려가 남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전망을 확신할 만한 신호가 되지 못한 것이다.

반도체주 중심의 기술주 약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마이크론은 10.87% 폭락했고, AMD(-7.84%), 팔란티어(-5.85%), 인텔(-4.24%), 퀄컴(-3.93%) 등 주요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4.77% 밀리며, 반도체 전반의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된 모습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주가 흐름은 시장의 불안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엔비디아는 장 초반 5% 넘게 올라 ‘AI 대장주’의 저력을 과시했지만, 결국 3.15% 하락한 180.64달러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엔비디아의 고객사인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구매 여력과 수익성 문제다.
월가에서는 이와 관련 엔비디아의 매출채권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난 점을 지적하며 이는 주요 고객들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우려했다.
고객사의 수익성이 흔들릴 경우 엔비디아의 매출에도 향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상승세는 순식간에 꺾였다. 장중 고점 대비 하락폭은 8%에 달했다. AI 투자 열풍 속 엔비디아가 시장을 견인하는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여기에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까지 겹치며 AI 기술주의 하락 흐름은 가팔라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매출채권 확대는 하이퍼스케일러 수익성 우려를 다시 키운 요인”이라며 “고용지표의 모호함과 연준의 긴축 기조가 더해져 시장 전반이 하락 압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