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기자
정현호 기자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회사의 반도체 매출은 94조원으로 사상최대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도 호실적을 올렸다. 반도체분야에만 40조원 이상을 투자한 결과다.

반도체가 현재 삼성전자의 중심인 셈이다. 회사의 실적을 보면서 한편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시점이 궁금해졌다. 마침 이 부회장은 지난해 연말 청와대에서 있었던 오찬간담회 참석 이후 대외 행보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재계는 설 연휴에 맞춰 해외 출장에 나설 가능성을 점쳤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경영 구상에 전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투자 계획을 고심할 수 있다는 합리적인 추측이다. 

최근 미국의 인텔, 대만 TSMC 등 경쟁사에서 공격적인 투자 방안을 내놓는 상황에 절묘한 시점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투자는 시장 환경과 분위기에 따라 적합한 시점이 있다.

변화하는 환경 대응을 위해 현장 경영이 필수적이지만, 현재 이 부회장은 가석방이라는 제한에 묶였다. 실질적으로 기업을 이끄는 이 부회장에 향해 재계는 끊임없이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다.

흔히 야구나 축구 등 스포츠 경기에선 감독의 판단이 중요하다. 감독들은 전반적인 경기 내용을 읽고 절묘한 시점에 교체, 전략 수정 등 지시에 따라 경기 승패가 갈린다. 감독이 빠진 자리를 코치가 대신 할 수 있지만 영향은 제한적이다.

기업의 경우 총수가 감독의 역할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결정권자로 추가 투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석방이라는 족쇄는 치명적이다. 지난해 자칫 타이밍을 놓칠 수 있었던 미국 파운드리 2공장 증설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 이후 결정됐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 국가 문제에 적극 기여했다. 제한적인 환경에도 물밑으로 활약해 지난해 국내 백신 수급을 앞당겼고, 청년 취업 문제에도 앞장섰다. 그는 ‘뉴삼성’ 비전 실현을 위해 분주해야 하지만 잠행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그의 현 상황은 새장 속에 갇힌 새로 비유할 수 있다. 새들인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있는 모습과 닮았다. 재계는 조심스럽게 그가 삼일절 특사 명단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일각에선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가 간 반도체 경쟁이 올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제는 그가 비상할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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