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물적 분할 제도를 존치시키는 건가. 물적 분할은 국민들의 재산을 약탈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많은 공감을 받은 물적분할 관련 법 개정 및 금지를 요청하는 청원글의 일부 내용이다.
LG화학,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들이 회사 내 주력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정당한 보상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서 문제는 시작됐다.
2차적으로 분리돼 나온 신설법인이 이후 상장을 강행하면서 기존회사 주가를 간접적으로 끌어 내리는 상황이 연출되자 투자자들은 분통이 터졌다. 고성장 자회사의 상장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고, 기업공개(IPO) 전후 수급 관점에서 투자자가 갖는 불확실성까지 감안하면 단기 투자심리 약세는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12일 LG에너지솔루션의 기관 수요예측 확정 공모가가 발표된 후 상장일인 같은 달 27일까지 총 11거래일 동안 LG화학의 주가는 21.09% 추락했다.
기존 법인들은 자금조달, 신사업 투자 등을 내세워 물적분할을 진행하지만, 정작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은 철저히 외면받았고 지배주주들의 배만 불리는 형국이다. 반복되는 물적분할 문제에 주주들의 지속적인 비판과 개선 요구가 표출되자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도 공감의 시그널이 나타났다.
지난 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들은 상장사가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별도 상장하는 것과 관련해 소액주주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 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공모주를 우선해 배정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쪼개기 상장’에 대한 개선대책을 검토 중이라며 “소액주주 보호와 IPO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중심으로 ‘물적분할 후 상장’의 개선대책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당정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가 나온 만큼 기업들 역시 자성하는 자세로 분할에 대한 대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소 잃고 고쳐지는 외양간이 얼마나 튼튼할지는 고치는 자의 후회와 반성에 비례할 것이다. 주식시장을 키워온 동학개미들이 시장을 외면하지 않도록 합당한 제도개선과 대책이 이뤄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