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IPO 역대급 기록, 수요예측서 발생한 허수청약 탓
개인투자자 불만·비판↑, 금융당국 "IPO 제도보완 나설 것"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IPO 제도 허점을 이용해 허수청약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서울와이어 DB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IPO 제도 허점을 이용해 허수청약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관 수요예측에 1경원이 넘는 주문액수가 몰리며 역대급 기록을 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뻥튀기 청약으로 불리는 허수청약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시솔루션 기관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 80% 이상이 9조5625억원의 공모주를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 수요에측은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가 희망하는 주식 매입 수량과 가격을 써내는 과정이다.

자본금 수십억원 규모의 투자자문사가 전체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에 해당하는 7조원을 써내는 일도 발생했다. 기관들인 개인투자자와 달리 증거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점을 이용해 주문량을 부풀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희망주문액은 1경원을 돌파했고, 수요예측 경쟁률은 2023대 1로 역사상 가장 높았다. 기관들의 허수청약은 경쟁률을 상승시켜 공모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회사의 공모가는 최상단으로 결정됐고, 일반청약에서는 114조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리는 등 신기록을 써내며 증시에 입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첫날 공모가(30만원)의 약 2배인 59만7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상장 이후 롤러코스터를 탔다. 상장 다음 날인 28일 45만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이달 7일 다시 8.75% 급등하며 54만8000원으로 회복했다.

지난 11일 주가는 1%대 상승을 했지만, 지난 8~10일 3거래일 연속 급락세를 보이며 50만원선 아래로 밀렸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들이 공모가만 높이고 상장 후 발을 빼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불만이 나온다.

역대급 IPO 대어로 주목받은 데 비해 투자자들에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대 상승은 기관 투자자들이 수요예측 때 만든 거품이라는 지적이다. 제도에 문제점으로 피해는 온전히 개인투자자에 전가된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와 관련 거품을 유발하고 상장 직후 기관 매도를 막기위해 현행 수요예측 구조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자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IPO 허수청약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물적분할 뒤 재상장 첫째 이슈는 소액투자자 보호 문제로 금융위원회와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며 “IPO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역할과 관련 금융위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의 공모주 참여를 장려하기 위한 현행 정책이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유발하는 형국이 됐다”며 “기관투자자의 청약증거금 제도 부활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IPO 시장 위축 가성이 큰 만큼 자본금을 고려한 주문 제한을 두는 쪽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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