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H 고위직, 평균 7144만원 퇴직금 수령
LH 혁신안 발표 1년 경과… "근본적 변화 없다"
LH 1급 직원 80% 교체, 재산 등록 시스템 마련
정부, 혁신안 재추진… "투명한 조직으로 거듭"

LH는 지난해 임직원 땅 투기 사태 이후 환골탈태 혁신안을 발표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진=이태구 기자
LH는 지난해 임직원 땅 투기 사태 이후 환골탈태 혁신안을 발표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사태 혁신안이 발표된지 1년이 지났다.

조직을 개편하고 비리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으나 아직까지 큰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가 직접 조직개편에 나서기로 하면서 LH가 새로운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잇따른 사건·사고로 '신뢰 밑바닥'
지난해 3월 임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져 LH는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LH 직원 강 모씨와 장 모씨는 인천지역본부에서 근무하며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시흥시 과림동 토지 5025㎡를 22억5000만원에 공동 매입한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당시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가장 투명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라는 믿지못할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또 다른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지난해 5월 경찰이 성남 수진·신흥 재개발 지구 일대에 제기된 투기 의혹 지역 28곳을 압수수색한 결과 LH 전·현직 직원 등 12명이 주택 40여채를 미리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6월에는 정부가 합동특별수사본부를 통해 조사한 결과 LH 직원들과 친척·지인 등 수십명이 부동산 개발 관련 회사를 별도로 설립해 조직적으로 투기한 정황이 적발됐다. 뿐만 아니라 LH 고위직들은 위기에 봉착하자 해결을 뒤로하고 퇴직금을 챙기며 도망가기 바쁜 모습을 보였다.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3~5월 전체 퇴직자 65명 가운데 2급 이상 고위직 퇴직자는 19명(29.7%)이다. 비상임이사를 제외한 18명은 투기사건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총 12억4193만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가져갔다. 평균 7144만원을 수령한 셈이다.

이에 LH는 지난해 6월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LH혁신안은 ▲전직원대상 재산등록과 취업제한 고위직 대폭 확대 ▲과거 비위행위 성과급 환수 ▲고위직 임직원 보수 3년간 동결 ▲신도시 조사기능 국토부 회수 ▲과감한 기능·인력 조정·통제장치 구축 ▲경영관리 혁신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LH 사태와 관련한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제도 개선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동안 경찰은 조사대상 6081명(1670건) 중 4251명을 검찰에 넘겼고 64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전주지방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LH 직원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무죄판결을 받았다. 수사결과 적발된 인원의 90%가 일반인으로 밝혀졌고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은 총 48명에 불과했다.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LH 사태 이후 정부는 합동조사단을 통해  신속한 조사를 시행했으나 단발성 조사에 그쳤다”며 “특별한 제보나 의혹 제기가 없어도 상시적으로 정부 차원의 부동산 조사가 이뤄져 수사와 상시적 조사를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흥시 과림동에는 LH투기에 실망한 듯한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번 정부의 혁신안 재추진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고정빈 기자
시흥시 과림동에는 LH투기에 실망한 듯한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번 정부의 혁신안 재추진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고정빈 기자

◆강도 높은 개혁 예고… 기대감↑
이같은 LH의 행보에 국민들은 등을 돌렸다. 더 이상 믿기 힘들고 신뢰회복을 위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LH가 거듭 강조한 ‘LH 혁신방안’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해체수순의 환골탈태 혁신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주거복지와 주택공급 업무 외의 비핵심사업을 국토부, 한국부동산원 등으로 이관했다.

LH도 나름대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LH는 투기근절을 위해 전직원이 매년 공직자윤리시스템에 재산 등록을 하는 시스템을 마련했고 실제 사용하는 부동산 외에는 신규 취득을 제한했다. 올 1월에는 1급 부서장 80%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조직 혁신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자 정부는 LH 혁신안 재추진을 결정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LH 혁신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혁신안 추진이 미흡하다는 지시에 의해 진행됐다.

국토부는 LH 임직원 부동산거래를 조사하고, 투기·갑질 등 비위행위 관리도 강화한다. 핵심 기능 외 신규 출연·출자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기존 출자회사도 사업 목적을 이미 달성하거나 다년간 손실이 누적된 경우 청산, 지분매각 등을 통해 정리할 계획이다.

2급 이상 임직원은 내년까지 인건비를 동결하고 과도한 복리후생비 지원은 2025년까지 축소해 방만경영 해소를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혁신방안 발표 1년이 경과된 현 시점에서도 아직 완료되지 않은 과제(직무중심 보수 체계 내부·성과평가 체계 개편)에 대한 조속한 이행을 약속했다.

이원재 국토부 1차관은 “LH 혁신방안은 단순히 LH 차원의 국민 신뢰 회복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 정책, 공공 부문 전체에 대한 신뢰와 직접 결부된다”며 “그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엄중한 인식하에 LH를 더욱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효율적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LH도 이에 발맞춰 환골탈태를 위한 강력한 경영혁신 추진을 재다짐했다. LH는 부동산시장 안정 등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수행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투기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예고했다.

김현준 LH 사장은 “지난해 투기의혹 사태 이후 LH는 뼈를 깎는 반성과 부정부패 근절을 위한 강력한 혁신·개혁을 추진했다”며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혁신과 개혁 추진을 지속해 국민들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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