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공기업 한전, 올해 재무구조 '악화일로'
5개 발전자회사 부채비율도 덩달아 늘어나 고심
정부, 전력판매시장 개방 등 전기료 정상화 속도
"에너지 취약계층에 부담"… 개방 부작용 우려도

한여름 뜨거운 날씨만큼 전력시장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전력시장 개편 주장은 한국전력공사(한전) 적자 문제가 심화하면서 고개를 들었다. 정부가 결정하는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고, 시장경쟁을 통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미국와 유럽을 비롯한 해외 전력시장 구조 등을 비교해 국내 전력시장 개편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적자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올해 2분기도 5조3700억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정부를 중심으로 전력시장 개편 작업이 본격화했다. 사진=한전 제공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적자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올해 2분기도 5조3700억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정부를 중심으로 전력시장 개편 작업이 본격화했다. 사진=한전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한전의 재무구조가 갈수록 악화하는 모습이다. 당장 올해 2분기 한전의 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가는 한전의 올 2분기 실적이 영업적자 5조37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전은 지난 1분기에도 7조7869억원의 적자를 냈다. 2분기 실적에 따라 적자 규모는 상반기만 약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한전 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했지만, 근본적 원인 해결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전력시장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상반기만 13조원 적자, 한전 산하 발전사 고통도 가중

국내에서는 2001년 전력산업 구조 개편이 진행돼 한전에서 발전자회사들이 분리돼 나왔다. 다만 한전의 적자 경영이 지속되면서 산하 발전 5사의 부담이 늘었다. 실제 중부발전의 부채비율은 2020년 253.4%로 200%대를 돌파했다. 

이어 지난해와 올해 1분기도 각각 247.5%, 250.5%를 기록했다. 서부발전 부채비율 역시 2020년 176.9%에서 지난해 말 191.1%로 뛰었다. 올해 1분기 소폭 떨어진 186.9%로 나타났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서발전과 남동발전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재무구조를 갖췄다는 평가지만, 수익성 악화는 고민이다.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연료비 상승과 매출 부진이 수익성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한전과 발전사들의 경영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정부는 발전사들의 수익을 제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부 발전사들이 저렴한 액화천연가스(LNG) 연료를 직도입으로 구입해  과도한 수익을 챙겼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이는 오히려 경영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와 한전은 이 같은 상황에도 발전사 ‘쥐어짜기’식 대책을 연달아 내놨다. ‘전력구입가격(SMP) 상한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SMP 상한제는 한전이 발전사에 주는 전력 구매 대금에 상한을 두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도매 기준가격인 SMP는 1킬로와트시(㎾h)당 200.2원 수준이다.

반면 한전의 전력 판매가격은 ㎾h당 110원 전후로 고정됐다. 비싼 값에 전력을 사들여 절반 가격에 팔면서 밑지는 장사를 해온 셈이다. 정부는 SMP 상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발전 원가가 급등해도 전력 구매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이 독점한 전기판매시장을 개방해 시장경쟁에 입각한 전기요금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앞서 정부는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이 독점한 전기판매시장을 개방해 시장경쟁에 입각한 전기요금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정부 전기료 원가주의 바탕, 독점 판매구조 개선 추진

당초 정부는 연료비가 상한가격보다 더 높은 발전사업자에 연료비를 보상해주고, 이 외 용량요금과 기타 정산금은 제한 없이 지급할 계획이었다. 사업자 부담 완화와 최악의 재정난을 겪는 한전의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차원이다.

민간 발전업계는 이와 관련 “한전의 재정난을 민간에 전가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또한 업계는 날로 악화하는 한전 재정난 해소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현실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전기요금 결정은 정치와 외부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사실상 전기요금의 경우 인상 요인이 발생할 때도 정부가 요금 인상을 인위적으로 억제해왔기 때문에 한전의 재정 건전성 회복 속도가 더뎠다.

올해도 글로벌 에너지가격 급등에 인상 요인이 충분했지만, 정부는 가계·자영업자 등 국민 부담을 고려해 막판까지 인상을 고심했다. 결국 정부는 3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 올리기로 결정했다. 

요금 인상에도 한전의 수익성 회복과 재무구조 개선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윤석열 정부는 시장 목소리를 반영해 새로운 에너지정책 방향을 통해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공식화했다. 전기요금 결정에 ‘원가’를 반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하는 게 핵심으로 한전의 전력 독점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해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력시장에서 한전의 독점적 기능을 제 3자가 수행할 수 있도록 시장 개방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한전이 독점적으로 운영해왔던 국내 전력시장에 민간발전사 진입이 허용될 전망이다. 판매자와 사용자 간 직접적인 전력 거래도 가능하다. 소비자는 이에 따라 민간에서 생산된 전기를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 개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들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면 전기요금 인상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물가 폭등에 인상이 현실화하면 에너지 관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시장이 개방될 경우 소비자가 본인 소비 패턴에 맞춰 사업자가 제시하는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문제는 에너지 취약 계층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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