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에도 한전 '적자난' 반전 어려워
전문가들 "합리적인 요금결정 체계 마련해야"
인상 시기 지적도 나와, 시스템 개편 목소리↑

정부가 가진 전기요금 인상 권한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정부가 가진 전기요금 인상 권한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올해 3분기 한국전력 연료비 조정단가가 킬로와트시(㎾h) 당 5원 인상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물가상승에 따른 서민 부담을 이유로 인상에 소극적이었지만 한국전력의 엄청난 적자를  감안해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고심 끝에 결정한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이 처한 위기에 근본적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한전은 5조9000억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7조8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금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올해 연간 30조원대 이르는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부채 규모 또한 145조원대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5원 인상으로는 한전의 적자난 심화와 재무구조 개선에 '새발의 피' 정도다. 이에 정부가 결정하는 요금인상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지난 29일 개최한 ‘제2회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정책 세미나’에서는 에너지 전환기·탄소중립에 맞춰 합리적 요금결정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당시 세미나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주요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이슈로 떠오른 ▲한전 적자 ▲전기요금 인상 ▲탈원전 정책 등의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합리적인 전력시장 및 인프라 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라면서 “이미 도입된 원가연동제의 정착과 전기요금 규제기관의 독립성·전문성 확보를 통한 합리적 요금결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한전의 전력시장 독점구조를 지적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막아 전력산업의 발전과 역동성을 제약한다”며 “발전사업자와 소비자간 전력을 직접 거래하는 전력구매계약(PPA) 활성화 등 판매부문의 경쟁을 제한적으로나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따라 과학적, 경제적, 민주적으로 전원믹스가 결정돼야 한다”며 “우선 전기요금 현실화로 가격시그널을 회복하고, 시장의 효율적 경쟁을 통해 에너지시장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정락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MD도 “에너지 신산업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수소경제, 디지털 전환과 접목된 영역에 주목하고 정부 주도 아닌 시장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 의견에 공감했다.

기업과 현장에서도 지난 문재인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여러 차례 저지하는 등 한전의 적자를 키웠다는 비판과 함께 전기요금 인상 권한이 정부보다 시장 논리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초 한전도 연료비 조정단가를 연료비 상승에 따라 ㎾h당 33.6원으로 산정해 주무 부처인 산업부에 제출했지만, 정부는 연간 조정한도를 ㎾h당 ±5원 범위에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한전 측에 전달했다. 

한전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은 에너지가격에 연간 조정폭 확대를 기대했으나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세를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결국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인상 시기에 대한 불만도 제기한다. 이달 도시가스 요금이 함께 오르면서 가계와 자영업자 부담이 커졌다고 우려한다. 특히 전력수요가 몰리는 여름철 에너지 취약계층에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냉방 가동이 급증하는 시기 전기료 인상은 가뜩이나 고물가로 휘청이는 가계 부담을 가중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문제는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남았다는 것”이라며 “결국 악순환의 반복으로, 이번 인상을 계기로 정확한 평가와 분석을 통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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