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피 20%·비트코인 60% 가까이 급락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 0.16%↓…16주 연속 하락
"금융·실물시장 안정 찾기까지 다소 시간 걸릴 것"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 우려가 확대되면서 증시·코인은 물론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부동산까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는 올해 들어 19% 이상 하락해 2400선마저 무너졌다. 사진=김민수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 우려가 확대되면서 증시·코인은 물론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부동산까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는 올해 들어 19% 이상 하락해 2400선마저 무너졌다. 사진=김민수 기자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 우려가 확대되면서 증시·코인은 물론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부동산까지 급락세다. 남은 하반기 미국 등 세계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한국은행 역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투자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 들어 전날(종가 2401.83)까지 총 19.34% 하락했다. 이날은 장중 2400선이 무너졌고, 지수는 한때 2370선 초반까지 밀려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금리 인상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지표 등이 확인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보다 변동성이 강한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은 낙폭이 더 크다. 올해 4만7000달러선으로 시작한 대표 디지털자산 비트코인은 최근 2만달러선마저 무너지며 60%에 육박한 하락률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서울 아파트값도 마찬가지다. 이번 주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0.16% 떨어져 16주 연속 하락했다. 주간 변동률로는 2012년 12월10일(-0.17%) 조사 이후 9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전날 공개된 7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지수는 전월(6월)보다 3.14% 하락해 2008년 12월(-5.84%) 이후 13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길게 갈 것이라는 비관론에 힘이 실렸다. 이에 연준이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최소 0.75%포인트 인상하며 더욱 매파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우려된다. 연준은 오는 20~21일 9월 FOMC 회의를 진행,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단행 가능성은 76%이며, ‘울트라스텝’(1%포인트 인상)은 24%다.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아예 사라졌다.

올해 4만7000달러선으로 시작한 대표 디지털자산 비트코인은 최근 2만달러선마저 무너지며 60%에 육박한 하락률을 나타냈다.  사진=코인마켓캡
올해 4만7000달러선으로 시작한 대표 디지털자산 비트코인은 최근 2만달러선마저 무너지며 60%에 육박한 하락률을 나타냈다.  사진=코인마켓캡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9월 FOMC에서 연준은 6·7월에 이어 3회 연속 0.75%포인트 큰 폭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 10월부터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규모를 월간 최대 450억달러(국채 300억달러+주택저당증권(MBS) 150억달러)에서 최대 900억달러(국채 600억달러+MBS 350억달러)로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환율 방어, 고물가 대응 차원에서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경기둔화 징후가 짙어지고 있어서다. 

정부가 넉 달째 경기둔화 우려를 경고하고 있는 점도 한은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최근 경제 동향 9월호(그린북)’를 발표하고 “대외 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있다”며 “경제 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향후 수출회복세 약화 등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만약 세계 경제 위축으로 수출이 어렵고,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국내 경기둔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고 시장환경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안정을 찾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시장은 다음 주 열릴 9월 FOMC 결과를 통해 이후 투자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부동산 역시 가격과 비용의 시차를 고려해 빠르면 내년 초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됐다.

11일 KB부동산 리브온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8월 수도권 KB아파트 월세지수는 전달 대비 0.5% 오른 106.5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이번 주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0.16% 떨어져 16주 연속 하락했다. 전날 공개된 7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지수는 전월(6월)보다 3.14% 하락해 13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이벤트는 9월 FOMC 금리 결정 및 이후의 인상 강도”라며 “9월 FOMC 결과를 지켜보고서 비중 조절에 나서는 것이 현시점에서는 대안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국내증시는 8월 CPI 쇼크에 따른 미국 증시 패닉셀링에 영향을 받아 상승분을 되돌릴 것”이라며 “업종 관점에서는 전일 4% 넘게 급등한 반도체를 포함해 금리 변화에 민감했던 성장주들의 단기 하방 압력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한은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와 대출 규제 강화, 주요 지역의 가격 부담감 등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라며 “주택 시장 내 거래 절벽 현상이 장기화하는 상황이므로 가격 약세와 동시에 지역 내 신축 공급량이 늘어나는 곳은 진입 과정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은 구매 관련 비용이 상승해 수요가 위축됐고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주거비용은 아직 하락하지 않고 있는 데 이는 부동산 가격과 주거비용간 시차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 가격과 주거비의 흐름을 보면 대략 9~12개월 정도의 시차를 보인다”며 “시차를 길게 적용할 경우 2023년 5월 정도가 주거비 상승의 정점이 나오고, 보다 빠른 시차를 적용한다면 내년 초에는 주거비 상승도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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