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대출 112조원… 10년 사이 3배 증가
은행 비중 25%로 줄고, 보험사 38%로 늘어나
부실 여파 금융권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 있어
정부 '50조원+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

금융권 전반에 부동산 PF 공포가 확대되고 있다. 급격한 금리 상승에 주택시장 경기침체 등이 맞물린 상황에서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것이다. 사진은 잠실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둔촌주공 재건축현장.
금융권 전반에 부동산 PF 공포가 확대되고 있다. 급격한 금리 상승에 주택시장 경기침체 등이 맞물린 상황에서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것이다. 사진은 잠실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둔촌주공 재건축현장.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금융권 전반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포가 확대되고 있다. 급격한 금리 상승에 주택시장 경기침체 등이 맞물린 상황에서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것이다.

특히 증권과 캐피털 업권의 경우 소형 업체를 시작으로 연쇄 부실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파가 자칫 금융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PF 대출에 대한 전방위 점검에 나섰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말 37조5000억원에서 세 배로 증가한 수준이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은행권의 PF 대출액은 24조5000억원에서 28조3000억원으로 늘어었다. 전체 PF 대출 잔액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5%였으나, 현재는 25%에 불과하다. 

보험사의 PF 대출액은 4조9000억원(13%)에서 43조3000억원으로 늘어 전체 잔액에서 38% 비중을 차지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캐피털)의 PF 대출액도 2조8000억원(7.4%)에서 26조7000억원(23.7%)으로 늘어났다. 이외 저축은행이 2조7000억원에서 10조7000억원, 증권사는 2조7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PF는 각 금융기관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강력한 긴축으로 금리가 급등하면서, 청약 시장에서 미분양이 증가한 게 이유다.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3만2722가구로, 지난해 말(1만7710가구) 대비 85.8% 증가했다. PF 대출을 갚는 구조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말 37조5000억원에서 세 배로 증가한 수준이다. 은행권의 PF 대출액은 28조3000억원으로 늘어었고, 보험사의 PF 대출액은 43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사진=한국은행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말 37조5000억원에서 세 배로 증가한 수준이다. 은행권의 PF 대출액은 28조3000억원으로 늘어었고, 보험사의 PF 대출액은 43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사진=한국은행

업계에선 PF 비중이 커진 보험사보다 증권, 캐피털업계를 우려한다. 은행은 그간 PF 대출 취급량을 최소 수준에서 늘린 만큼, 부담감이 크지 않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완전히 걸어 잠근 상태다. 

저축은행 역시 2011년 ‘PF 사태’를 거친 뒤 우량 시행사(자금 중 20% 이상 자기 조달)에 한해서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강화돼 최소한의 방어벽을 쌓아뒀다. 보험사는 자산 대비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크지 않아서 당장 자본 건전성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적다.

증권사의 경우, PF 대출 자체보다는 채무보증이 많은 게 치명적 요인이다. 만약 시행사가 부도를 내면 증권사도 일정 부분을 책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 증권사일수록 PF 의존도가 높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24곳)의 자기자본 대비 PF(브릿지론+본PF) 비중은 평균 39%다.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비중은 높아졌다. 다올(85%), 하이(86%), 현대차(79%) 증권 등은 PF가 자기자본의 80% 수준이다.

캐피털은 PF 대출 사업장의 질이 좋지 않은 게 악재다. 시공사 신용등급이 BBB 이하인 곳만 40%에 달한다. 만기 1년 미만의 브리지론에 후순위로 참여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도 위험요소다. 본 PF까지 이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사 또는 시공사가 디폴트 선언을 하면 회수 자체가 어렵다.

 정부는 시장 상황이 점차 악화하자 지난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50조원+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금융당국이 로드맵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갖고 있고 23일 내놓은 대책은 그중에 일부를 발표한 것”이라며 “개별적인 지자체의 익스포저를 하나하나까지 챙겨서 점검한 바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시장 상황이 점차 악화하자 지난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50조원+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금융당국이 로드맵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갖고 있고 23일 내놓은 대책은 그중에 일부를 발표한 것”이라며 “개별적인 지자체의 익스포저를 하나하나까지 챙겨서 점검한 바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의 부실 여파가 금융권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이 고조되면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PF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의 롤오버(만기연장) 등 자금 재조달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며 “금융 리스크는 특정 주체에 국한되지 않으며, 특히 경기 하강 국면에서 PF의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경우 파급효과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경기둔화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PF 시장은 이미 대응의 영역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추가적인 양질의 사업을 선정하는 것보다 당장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리스크 관리와 셀다운(재매각)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정부는 시장 상황이 점차 악화하자 지난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50조원+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했다. 정부가 가동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비우량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ABCP에 대해서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에 전폭적인 지원과 더불어 우량한 업체에 대해선 적극적인 대출을 시행하도록 독려하는 등 추가적인 지원 대책도 강구할 방침이다.

또 부동산 PF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들의 채권 발행 등이 막히게 될 경우에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금융당국이 로드맵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갖고 있고 23일 내놓은 대책은 그중에 일부를 발표한 것”이라며 “개별적인 지자체의 익스포저를 하나하나까지 챙겨서 점검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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