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회장 18일 오전 임추위에 용퇴 의사 밝혀
‘관치 낙하산’ 반발 기류에 내부선임 힘 받아 
이원덕 행장‧박화재 사장 유력 후보로 급부상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김남규 기자]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8일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차기 회장 후보군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손 회장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앞으로 이사회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완전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길 기대한다”고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어 “그동안 우리금융그룹을 사랑해준 고객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향후 우리금융이 금융시장 불안 등 대내외 위기 극복에 일조하고 금융산업 발전에도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날 오전 손 회장은 우리금융 이사회와 만나 연임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 만료되는데, 금융당국의 퇴임 압박 속에서도 이렇다 할 공식 입장 발표를 자제해 온 만큼, 본인의 연임과 관련해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손 회장은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으면 3년간 금융권에 신규 취업이 제한돼 사실상 금융권 퇴출을 의미한다.

손 회장이 용퇴 의사를 밝히면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는 누가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포함되느냐로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외부 인사보다는 내부 임원이 차기 회장에 오르는 구도를 예상하고 있다. 최근 내부 출신 CEO가 잇달아 선출되는 것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예상을 깨고 신한금융지주 회장직에 오른 후, 조직 내외부의 큰 마찰 없이 연착륙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간의 하마평을 종합해 볼 때 현재 우리금융 내부 출신의 유력 후보군으로는 손 회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남기명 전 우리은행 부문장과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이 다크호스로 부각됐지만 무게감 측면에서는 역부족이다.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날 손 회장이 연임 포기 선언을 할 경우 자연스럽게 차기 회장 후보군은 이원덕 행장과 박화재 사장이 2강 구도를 형성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이원덕 행장은 최근 우리은행장에 선임된 상황이어서 박화재 사장의 존재감이 주목받고 있다. 

반면, 외부 출신 회장 후보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두 후보 모두 CEO로서의 자질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우리은행의 내부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지적이 있다. 

이 중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경우 현 정권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우리금융 노조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였다.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은 능력으로 평가받되, 노조의 거센 반발이 있을 경우 우리금융 회장 도전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더욱이, 임추위 내부에서도 최근 정치권 관치 외풍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노조 반발 등을 고려할 때 굳이 불필요한 ‘낙하산’ 논란을 촉발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이날 회동에서 롱리스트(1차 후보) 10여명을 추린 뒤 이달 하순 숏리스트(최종 후보) 2∼3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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