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가격 하락세에도 재고 증가 속도 가팔라
공급량 조절 필요성, 삼성전자 전략 변화 관심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침체기에 대응한 전략의 일환으로 감산 계획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제공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침체기에 대응한 전략의 일환으로 감산 계획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이 길어지면서 삼성전자가 감산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재고 증가와 실적 부진 등의 영향으로 생산라인 효율화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유례없는 메모리반도체 수요 절벽 상황이란 리스크와 마주했다. 앞서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감산은 없다”고 선언한 것과 관련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반도체 유통 재고가 빠르게 늘어는 점도 전략 변화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D램 유통 재고 일수는 스마트폰용이 7주, 서버 및 PC용이 13주로 늘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재고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에도 수요 회복은 더딘 모습이다. 이미 경쟁사인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줄줄이 감산을 선언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감산뿐 아니라 설비투자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D램, 낸드 가격 급락에 대응한 조치다.

반면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업황 침체기가 장기화할 경우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메모리반도체 가격 추가 하락 여지가 있는 만큼 생산 효율화는 필수적이다. 

재고가 계속 쌓일 경우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도 삼성전자가 반도체부문에서 D램·낸드를 중심으로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재고털이를 위한 가격 하향 조정으로 꼽힌다. 특히 1분기에는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으로 삼성전자가 공정전환 등으로 감산에 들어갈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회사가 그간 감산 계획을 잡지 않았던 이유는 시장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하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적자 폭 확대는 생산량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생산 부문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오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감산 계획을 언급할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감산 계획을 내놓더라도 앞서 발표한 방침을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인 공정전환을 통한 자연적 감산, 생산 효율화에 따른 기술적 감산 등의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감산에 들어가는 시점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메모리반도체시장 1위를 지킨 삼성전자의 결정으로 침체한 업황 분위기가 바뀔 것이란 기대감도 커진다. 생산량을 줄여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면 제품가격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오는 31일 실적 발표에서 추가 감산에 대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며 “가격 하락세로 인한 반도체 기업 간 치킨게임을 막는 동시에 적자 만회를 위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생산량 조절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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