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해야 한다" 접근, 8년 간 584회 대금 챙겨
법원 "초범임에도 죄질 불량"… 10년형 판결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남편의 극단적 선택으로 괴로워하는 초등학교 동창생에게 굿 대금 명목으로 32억원을 뜯어낸 60대가 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게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재판장 신교식)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여·61)씨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A씨는 피해자에게 굿을 하지 않으면 아들도 죽을 수 있다며 굿대금을 지속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그는 피해자에게 2013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초등학교 동창생인 B씨에게 굿 대금 명목으로 모두 584회에 걸쳐 약 32억9800만원을 챙겼다. B씨는 이 과정에서 본인이 운영하던 분식집까지 팔아 굿대금을 송금했다.
앞서 A씨는 “굿을 하지 않으면 죽은 남편이 극락왕생하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된다”며 “돈을 주면 ‘할아버지’를 모시는 사람을 통해 굿을 해주겠다”며 동창생인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B씨는 이에 70만원을 송금했고, A씨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졌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굿 대금을 8년 동안 요구했다. A씨는 이후 “아들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했지만, 굿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기 행각에 피해자는 전통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며 모은 부동산 등 재산 대부분을 날렸다. 반면 A씨는 6억원을 현금으로 자신의 딸들에게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그는 조사에서 “B씨에게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빌린 돈으로 일부는 갚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가 피해자에게 상환한 금액은 6800만원뿐으로 편취 금액 대부분은 자신의 노후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편취한 돈을 생활비나 자신의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간에 걸쳐 불우한 가족사를 이용해 거액을 편취한 것이 인정된다”며 “초범이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줬고,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