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증거, 증언에 비춰 명백한 불법행위"
다른 피해자들, 유사소송 제기 가능성도 있어

서울중앙지법은 베트남인 응우옌티탄(63)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 대한민국의 명백한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중앙지법은 베트남인 응우옌티탄(63)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 대한민국의 명백한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피해를 우리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부장판사 박진수)은 7일 베트남인 응우옌티탄(63)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 대한민국의 명백한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원고 측이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 3000만100원 모두 인정됐고 지연손해금 일부만 기각됐다. 

응우옌티탄은 베트남전쟁 중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74명을 학살하고 자신도 총격을 입었다며 2020년 4월 한국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는 당시 한국군이 집 방공호에 숨어 있던 자신과 오빠, 언니, 남동생, 사촌 동생 등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제출한 증거들과 증인들의 증언, 원고에 대한 심문 결과에 따르면 해병 제2여단 1중대 소속 군인들이 작전을 진행하던 중 원고의 집에 들어가 총격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전쟁 당시 남베트남 민병대 소속이었던 응우옌득쩌이는 한국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마을 주민 수십명을 살해하는 걸 직접 목격했다고 지난해 8월 증언했다.

우리정부는 게릴라전이 대부분이었던 전쟁 특성상 민간인을 살해했더라도 정당행위였으며 52년 전 사건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또 베트남과 한미 간 약정에 따라 베트남인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베트남 법률이 우리 국민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는 만큼 우리 법률도 베트남인의 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우리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멸시효에 대해선 그간 정부가 피해를 규명하려고 노력하지 않아 ‘소멸시효 만료’ 주장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유사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000년 11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실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전 당시 22명이 한국군에 의해 살해됐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