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결혼·출산 등에서 인식차이 확연
'사회적 신뢰' 높을수록 결혼에 긍정적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 여성의 절반가량은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 여성의 절반가량은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여성의 사회 진출이 과거와 달리 확대됨에 따라 국내 사회에 가족 구성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실제 2030세대 여성의 절반가량은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 부모세대와 다른 인식을 갖고 있었다. 사회 곳곳에 진출해 일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가족 구성에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7월 7865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된 제17차 한국복지패널 조사 결과로 20~34세 미혼 남녀 281명 중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고 답한 여성 응답자는 4.0%에 불과했다. 남성들이 생각하는 결혼·출산의 중요성보다 훨씬 낮았다.

연구는 성별과 연령, 삶의 질(교육 수준, 고용 지위, 건강 상태, 우울감, 행복감), 사회의 질(경제적 안정성, 사회적 신뢰, 기회의 평등, 결정의 자유, 계층 이동성)을 기준으로 다층 분석됐으며, 그 결과 스스로 삶의 질이 높다고 여길수록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특히 사회적 신뢰가 높고, 평등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인 경우 결혼과 출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녀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수록 결혼·출산을 중요하게 봤다고 했다. 

남성 응답자들 가운데 12.9%는 여성에게 결혼·출산이 필수라고 느꼈지만, 61.3%의 경우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여성 스스로는 결혼과 출산이 선택의 문제라고 봤지만, 남성은 두 요소가 여성의 삶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인식한 셈이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박정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혼과 출산은 개인적이면서도 사회 공동체 맥락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행위”라며 “결혼·출산 감소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체’로서의 사회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모 부양의 책임이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21.4%가 동의했고, 반대한다(41.9%)와 매우 반대한다(7.3%)는 동의 의견에 두 배가 넘는 49.2%에 달했다. 2007년 조사에 찬성 비율이 52.6%로 나타난 것과 달리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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