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북미 합작법인 기공식, 현지 전기차시장 공략 예열
한일 배터리·완성차기업 협력 첫 사례, 시장서도 큰 관심
전기차 강화 도요타, 북미 파트너로 LG엔솔 택할지 주목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 일본 완성차업체 혼다와 최근 미국 내 합작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현지 전기차시장 공략의 첫발을 내디딘 셈으로 회사는 연간 매출을 25~30%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 주 파이에트 카운티 제퍼슨빌 인근에서 혼다와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인 ‘L-H 배터리 컴퍼니’(Battery Company Inc, 가칭)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공장 기공식을 열고 고속 성장 중인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공장은 약 18만8000㎡ 규모로 건설되며, 2024년 말 완공될 전망이다. 두 회사는 2025년 말 양산을 목표로 잡았다. 연간 생산능력 40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약 22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 투자금액은 44억달러(약 5조7500억원)에 달한다. 신규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의 경우 북미 혼다 공장에 독점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합작법인은 한국 배터리업체와 일본 완성차기업의 첫 전략적 협력 사례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실제 두 회사는 지난해 8월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전기차 생산 확대 및 배터리 적시 공급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하고 미국 현지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올린 혼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이후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공장부지를 최종 발표했고, 같은 해 11월 기업결합 신고까지 마쳤다.
이어 올 1월엔 법인 설립을 완료했으며, 이날 기공식과 함께 합작공장을 본격적으로 건설해 북미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미래 경쟁의 주도권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기공식에는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이혁재 합작법인 최고경영자(CEO) 겸 LG에너지솔루션 북미지역 총괄 부사장, 릭 리글 합작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 등 양사 주요 경영진 참석했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지사, 존 허스테드(Jon Husted) 부지사 등 주정부 인사 등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릭 리글 COO는 이 자리에서 “혼다와 LG에너지솔루션, 오하이오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하는 파트너십을 통해 합작공장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혁재 합작법인 CEO는 “LG에너지솔루션은 차별화된 투자 능력과 검증된 글로벌 양산 및 품질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최고의 배터리 회사”라며 “혼다는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선두주자인 만큼 두 기업의 강점을 활용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배터리공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LG그룹 역사상 혼다와 진행하는 최초이자 최대 규모 사업이다. 혼다의 1세대 전기차 플랫폼에 사용될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두 회사 모두에 특별한 의미”라며 “합작공장으로 청정에너지 미래 달성은 물론 탁월한 품질로 선도적인 고객가치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공식을 성공적으로 끝 마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생산공장의 생산능력을 300GWh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에 업계는 북미시장 진출을 계획 중인 일본 자동차기업과 LG에너지솔루션의 추가 합작이 이뤄질지 주목한다.
다음 후보로는 도요타가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도요타의 경우 전기차가 가장 약점이어서 이 부분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경쟁력이 일본 기업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북미 전기차시장을 공략하려면 현지 전기차 생산기지 건설이 필수적으로 도요타의 파트너도 LG에너지솔루션이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과거 자국 브랜드의 부품 및 협력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졌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는 오랜 경험을 보유하고 북미에 이미 생산거점을 구축한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