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만 우주 관련 사업에 약 760억 쏟아부어
투자 본격화하면서 주가 털썩… 주주들 좌불안석
효자노릇한 계열사 보령바이오파마는 매각 추진
김 대표 "믿고 기다려주면 꼭 결과 만들어내겠다"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많은 분이 보령의 본업인 제약업과 다른 우주에 투자해 기업을 망치는 게 아니냐고 한다. 언제 이익이 날지, 이익 규모가 얼마나 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믿고 기다려주면 만들어내겠다.”
김정균 보령 대표가 지난 2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우주 관련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우주 사업 행보를 바라보는 주주들은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제약업과 시너지를 찾기 어렵고, 사업계획도 모호해서다. 김 대표는 보령그룹에서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주요 계열사인 보령바이오파마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바이오산업에 뛰어드는 것과 대조된다. 보령바이오파마 매각 결정 배경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업계는 김 대표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본다.
◆우주사업 투자 밝힌 후 2주 만에 주가 20% 가까이 빠져
보령그룹 3세인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보령의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보령 관계자는 “김정균 대표가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수익성 확대를 강조한 그는 ‘우주 사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대표의 대표이사 선임이 결정된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보령제약은 제약사업에 국한하지 않겠다며 사명을 보령으로 바꿨다. 이 역시 우주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 후 한 달 뒤인 4월에는 우주 공간에서의 헬스케어 사업화 기회를 엿보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후 민간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미국기업 액시엄스페이스에 두 차례에 걸쳐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초에는 1000만달러(약 129억원)를 투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보령 자기자본의 10%가 넘는 5000만달러(약 649억원)를 쏟아부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령의 자기자본은 약 5052억원이다.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증권가는 보령의 우주 사업 관련 대규모 투자에 의구심을 보이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14일 종가기준 1만1250원을 보이던 주가는 같은 달 29일 9060원으로 마감하면서 1만원선이 무너졌다. 2주 만에 20% 가까이가 빠졌다.
김 대표는 지난 17일 홈페이지에서 서한을 통해 우주사업을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말 공시됐던 액시엄에 대한 투자가 알려진 이후로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도대체 왜 보령이 우주에 투자를 하는가’였다”며 “‘달에서 장기체류를 하게 됐는데, 속이 쓰릴 때 겔포스를 먹으면 속쓰림이 나아질까요?’라는 질문에 답변을 하는 것이 우주관련 사업인 CIS 사업”이라고 말했다.
액시엄 투자 배경에 대해선 “액시엄은 지구 저궤도 상에 민간 우주정거장을 만들려고 하는 회사”라며 “지구 저궤도라는 관문을 거쳐야 인류는 달과 화성을 향해 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지구 저궤도에 대한 활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액시엄은 2030년 이후 국제우주정거장 지위를 계승할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라고 설명했다.
◆보령바이오파마, 경쟁입찰 통해 매각처 찾을 전망
그의 적극적인 설명에도 주주들은 불안하다. 지난 21일 주주총회 현장에서는 우주사업의 수익 창출과 추가 투자 계획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언제 이익이 날지 알 수는 없다. 믿고 기다려주면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며 “앞으로 얼마가 어떻게 투자될지를 명확히 설명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조금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사업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에는 “사업의 확실한 모습이 보이지 않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모든 사업이 명확한 캐시플로우가 보여서 시작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보령바이오파마와 관련해선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상속세를 비롯해 승계 작업 마무리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한 것 아니냐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는 보령파트너스(지분 69.29%)고, 보령파트너스 지분은 김 대표와 특수관계자가 100% 보유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1991년 백신제제 제조와 판매를 위해 설립됐다. 보령그룹에서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효자 계열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령바이오파마의 2021년 매출액은 약 1391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약 198억원을 달성했다.
보령바이오파마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동원산업이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경쟁입찰을 통해 보령바이오파마의 매각처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와 알짜 계열사 매각 추진 결정 등으로 업계는 김 대표의 경영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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