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현대상선 M&A 과정서 맺은 '파생 상품' 손배소
수천억원대 거액배상 판결 원심 확정, 경영부담 커져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현대그룹 부활에 힘쏟고 있는 현정은 회장이 뜻밖에 악재와 마주했다.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인 다국적 기업에 1700억원을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다.
과거 현대상선 인수합병 추진 과정에서 체결한 금융 파생상품 계약이 문제가 됐고, 관련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30일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인 다국적 승강기회사 쉰들러 그룹이 현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쉰들러사는 현대 측이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계약한 금융 파생 상품으로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손배소를 제기했다. 해당 파생 상품은 2006~2013년 현대상선 지분 대가로 연 5.4~7.5%의 수익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보유했으나, 이후 주가 폭락으로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 그룹은 “파생상품 계약으로 7000억원대 손해를 입었다”며 상법상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에선 파생 상품 계약이 회사에 불리한 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경영상 판단이 아니라는 취지에 판결을 내리며 사실상 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에선 판결이 뒤집혔다.
지배주주의 경영권 유지가 회사와 일반 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지 등을 현 회장 측이 검토하지 않았다고 봤으며,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지급하고 한 전 대표에게도 이 가운데 190억원을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법리 오해 소지가 없다는 이유로 원심 판단을 유지했고 이와 관련 “계열사 주가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파생 상품 계약 규모나 내용을 적절히 조정해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이나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재계에선 이번 소송 결과가 앞으로 현 회장과 현대 측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700억원대 배상금액이 이자 등을 합하면 2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