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14년만에 '감산조치' 카드 꺼내
'버티기 전략' 수정, 올해 반도체부문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
과거 치킨게임 속 생존한 이건희 선대회장 '신화' 재현 의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두번째)이 올해 2월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경영진과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두번째)이 올해 2월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경영진과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올해 1분기 실적 쇼크를 겪은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인위적 무감산 조치에 나섰다. 회사의 반도체부문 재고는 지난해 말 기준 30조원까지 불었고, 이에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해 시장에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다.

무감산 조치는 앞서 1997~1999년과 2007~2009년 두 차례 있었고, 가장 최근인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4년 만이다. 회사가 인위적 반도체 감산에 나설 만큼 업황은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실적마저 수직 낙하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사업에 지난해와 비슷한 50조원의 투자를 계획했고 초격차 기술력 확보로 파고를 넘어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불경기를 털어내는 시점 확보된 기술력을 통해 경쟁사와 격차를 빠르게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올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부진 탓에 영업이익이 무려 95.7% 급감한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업황 불황에 직격탄을 맞았다.

업황 반등이 요원한 상황으로 실적 발표 당시 회사는는 일부 메모리반도체 제품에 생산량 조절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공급물량은 충분히 확보됐다는 판단에서 인위적 감산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내부에서도 실적 악화가 눈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더이상 버티기 전략은 무의미하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시장에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미 제품 감산에 나선 SK하이닉스 결정과 더불어 삼성전자의 전략 수정은 메모리반도체 수요 회복 시점을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회사는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이번 감산 결정은 글로벌 정보통신(IT)업체들이 보유한 재고를 빠르게 소진시키는 등 수요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하락세인 D램 등의 제품가격 반등을 촉진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하지만 실적의 경우 올 2분기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올 1분기 반도체에서만 4조원대의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했고 2분기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회사는 이처럼 어두운 전망 속에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사측은 실적발표 설명 자료를 통해 이와 관련 “중장기적으로는 견조한 수요가 전망되는 등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목표로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간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에 추격을 받아온 회사 입장에서 추가 투자로 기술력 부문에 있어서는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져가겠단 심산이다. 

최근 경기도 용인에 30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겠다는 발표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과거 2000년대 후반 이건희 선대회장도 반도체 치킨게임(상대방이 망할 때까지 초저가로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이 벌어지는 가운데 공격적인 투자로 지금의 초격차 경쟁력을 마련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생산 규모와 기술력 측면에서 반도체시장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꼽힌다. D램 이익률도 경쟁사와 5~10%포인트가량 격차를 보이는 등 감산과 투자 등으로 반도체 불황 장기화를 돌파하겠단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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