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국 중 유일하게 가계부채가 GDP보다 많아

한국은행이 2년 가까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가계 빚(부채)이 세계 주요 30여개국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한국은행이 2년 가까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가계 빚(부채)이 세계 주요 30여개국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한국은행이 2년 가까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가계 빚(부채)이 세계 주요 30여개국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가장 높았다.

가계부채 비율이 100% 이상이라는 것은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 규모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2위는 홍콩(95.1%)이나 100%를 밑돌았다. 이어 태국(85.7%), 영국(81.6%), 미국(73.0%), 말레이시아(66.1%), 일본(65.2%), 중국(63.6%), 유로 지역(55.8%), 싱가포르(48.2%)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계부채 규모가 GDP를 웃돈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다만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05.5%에서 102.2%로 3.3%포인트(p) 낮아졌다.

하락 폭은 폴란드(5.8%포인트·31.0→25.2%), 말레이시아(5.5%포인트·71.6→66.1%), 싱가포르(4.6%포인트·52.8→48.2%), 태국(4.3%포인트·90.0→85.7%), 영국(3.7%포인트·85.3→81.6%)에 이어 여섯 번째로 컸다.

기업부채는 긴축 기조 속에서도 오히려 더 불었다. 우리나라 GDP 대비 비(非)금융기업의 부채 비율은 1분기 기준 118.4%였다. 홍콩(269%), 중국(163.7%), 싱가포르(126%)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 비율은 1년 사이 3.1%포인트 상승했는데 세계적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기업 부채 비율이 거꾸로 높아진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10개국에 불과했다.

이 기간 우리나라 기업보다 부채 비율 상승 폭이 큰 나라는 베트남(8.5%포인트), 중국(7.8%포인트), 칠레(5.6%포인트) 뿐이었다. 그만큼 기업부채 증가 속도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빠르다는 의미다.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4.1%)은 22위로 중위권이었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39.1%)이었다. 부채 증가 속도는 싱가포르(17.4%포인트)와 가나(8.7%포인트)가 1, 2위를 차지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가계와 기업부채가 크게 줄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한국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중단 기대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대출금리가 낮아진 데다 부동산·주식 등의 자산 거래가 회복되면서 가계의 신규 대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가까이 이어진 통화 긴축에도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의 신용이 충분히 줄어들지 않고 심지어 다시 늘어날 경우 금융 안정은 물론 경제 성장 자체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이 최근 1960∼2020년 39개국을 대상으로 가계부채 증가가 GDP 성장률과 경기 침체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3년 누적)이 1%포인트 상승하면 4∼5년 시차를 두고 GDP 성장률(3년 누적)은 0.25∼0.28%포인트 떨어졌다.

권도근 한은 통화신용연구팀 차장은 “우리나라와 같이 가계신용 비율이 이미 100%를 초과한 상황에서는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욱 클 가능성이 있다”며 “이 비율이 80%에 근접할 수 있도록 가계부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