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사에 '벌떼입찰'로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 매수자 지위 양도
계열사에 총 1조5753억원 규모 입찰 참가 신청금 무이자로 지원
공정한 거래질서 저해… "더 엄격한 준법경영 기준 마련하겠다"

호반건설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608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여받게 됐다. 사진=호반건설 제공
호반건설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608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여받게 됐다. 사진=호반건설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호반건설이 총수 2세의 회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한 부당내부거래 행위로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기업집단 ‘호반건설’에 과징금 총 608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삼성웰스토리(2349억원), SPC(647억원)에 이어 부당지원 과징금 역대 세 번째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 그룹 총수인 김상열 호반장학재단 이사장이 지배하는 호반건설은 2010~2015년 김 이사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 사장 소유의 호반건설주택과 차남 소유의 호반산업, 각 회사의 완전자회사 등 9개사에 ‘벌떼입찰’로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 매수자 지위를 양도했다.

당시 공공택지는 주로 추첨 방식으로 공급됐는데 민간택지보다 사업성이 높아 건설사간 경쟁이 치열했다. 호반건설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하고 비계열 협력사까지 동원하는 벌떼입찰을 벌였다.

계열사들에 입찰 참가 신청금(평균 38억원·총 1조5753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택지 양도 이후에도 사업 전 과정에 걸쳐 총수 2세 회사에 업무·인력·프로젝트펀드(PF) 대출 지급 보증(2조6393억원) 등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총수 2세 관련 회사들은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5조8575억원의 분양 매출, 1조3587억원의 분양 이익을 얻었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 2세 회사들이 급격하게 성장했고 주거용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시장에서 지위가 크게 강화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편법적인 벌떼 입찰로 확보한 공공택지의 계열사간 전매는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한다”며 “국민 주거안정 등 공익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공택지 공급제도를 악용해 총수일가의 편법적 부의 이전에 활용한 행위”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조사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공정위에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공정위 의결 결과에 대해 의결서를 접수한 이후 이를 검토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결과를 떠나 고객과 협력사, 회사 구성원 등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엄격한 준법경영의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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