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막아놓고 구독 제안에 소비자의 큰 반감 일으켜
업계 "불필요한 옵션 피할 수 있어 소비자도 경제적"
소비자 "안전·필수 편의사항 구독서비스 넣으면 안돼"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자동차업체들이 새로운 ‘먹거리’인 자동차 옵션 구독 서비스를 내놓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경제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불필요한 옵션 선택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소비자들은 냉랭한 반응이다. 하드웨어상 기능이 가능한 옵션들을 막아놓고 정기결제 시 해제하는 구독 서비스에 반발한다. 자동차업계와 소비자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구독 서비스의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구독경제' 대열에 합세하는 자동차업계
자동차 판매에 어느 순간부터 ‘구독‘이라는 단어가 쓰인다. 자동차 구독은 여러 옵션이 이미 장착된 차량을 출고한 뒤 소프트웨어로 사용을 막아놓고 일정 비용을 내야 풀어주는 시스템이다.
이를테면 테슬라의 경우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려면 모델과 연식에 따라 매달 최대 25만원까지 구독료를 내야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뒷바퀴 조향장치가 최대 4.5도에서 연간 50만원을 내면 10도까지 각도가 벌어진다. 출력도 마찬가지로 연 161만원을 내면 100마력 가까이 늘릴 수 있다.
수입차뿐만 아니라 국산 완성차 브랜드도 구독 대열에 동참했다. 기아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이 국산차 최초로 주자시스템, 실내조명 등을 구독으로 내놓았다.
◆반발에도 구독 서비스를 밀어붙이는 속사정
옵션구독 시장이 점점 넓어지는 이유는 차량 제조사 입장에서 구독 서비스가 가져다주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제조사는 차를 판매한 이후에도 구독 서비스를 통해 꾸준한 수입을 낼 수 있다. 또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 이미 차를 구매한 사람에게 소프트웨어만 판매할 수 있다. 자동차 회사들이 너도나도 구독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는 배경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 4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게임 서비스를 구독하는 차량이 전체의 30% 정도 되면 1180억달러(약 154조원) 규모의 시장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연간 매출액(약 133조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를 향한 소비자 반감이 심하다는 건 잘 알고있다”며 “구독 서비스가 초기 단계여서 인식이 안 좋지만 불필요한 옵션 선택을 피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도 경제적인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돈내야 기능 활성화… 과욕이라 생각하는 소비자
BMW는 열선 핸들과 시트 같은 필수 옵션까지 구독 서비스에 넣은 홈페이지 화면을 잠시 노출했다가 강한 반발에 “한국은 구독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고 황급히 해명하는 일이 있었다.
그만큼 고객 입장에선 구독이 마뜩잖다. 이미 하드웨어가 다 기능하게 돼있는데 고의로 성능을 막아놓고 돈벌이 수단으로만 구독서비스를 한다는 것이다.
또 사용하지 않는 옵션을 탑재하는데 따른 차량 무게 증가와 수리비용 발생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EV9 구매를 고려하는 한 소비자는 “구독 서비스의 문제는 당장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고의로 못하게 막아놨다는 것에서 ‘다 샀는데 손해본다’는 심리적 저항감을 불러 일으킨다”며 “구독 서비스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차에 정말 필요한 옵션이나 안전사양은 구독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