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체들 원유가 인상 앞두고 '고심'
소비자단체 "우유 가격인상 자제해야"

서울 대형마트 우유코너에서 시민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 대형마트 우유코너에서 시민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으로 라면·제과·제빵 등 식품업계가 줄줄이 가격을 내린 가운데 다음 타깃은 유업계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비자단체 역시 유가공업체를 향해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9일부터 원유 기본 가격 조정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에서 결정된 가격은 다음 달부터 적용된다. 흰우유는 1리터(ℓ)당 69~104원, 가공유는 87~130원 사이에서 오를 예정이다.

원유 가격이 ℓ당 1065∼1100원에서 결정되면 흰우유 1ℓ 소비자 가격은 3000원대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우유 1ℓ 소비자 가격은 2800원 안팎이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뿐 아니라 빵, 유제품, 아이스크림 물가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겨우 내린 과자·빵 가격 등의 ‘재인상’이다. 우유 가격 인상을 핑계로 제자리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류를 제외하면 주요 식품류의 국산 우유 사용률이 낮은 만큼 원유 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칠 파급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흰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간담회 등을 통해 유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겠다”고 말했다.

유업체들은 최근 다른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줄줄이 내리거나 동결하는 상황에서 원유 가격이 올라도 유제품 가격을 올리긴 쉽지 않아 보여 고심하는 눈치다.

소비자단체 압박도 거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유가공업체에 물가 안정 기조 동참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유 가격의 인상률이 원유 가격 인상률보다 크게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올해 1분기 원유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했으나 서울우유와 남양유업, 매일유업은 흰 우유 출고가를 각각 5.5%, 9.9%, 7.7% 올렸다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10.2∼16.3% 사이의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해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상승 부담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유가가 오를 때마다 우유 가격을 올리는 해당 업체들이 가격 인상 원인은 낙농가에, 원유가 상승 부담은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뛰면 일부 제품 가격은 인상할 수 밖에 없다”며 “현재 협상 중인 사항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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