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험 적은 청년 대상 '전세사기' 전국으로 확산
무자본 활용 사기 잇따라… 변형된 갭투자 방식 피해↑
피해자들 극단적 선택 속출… "삶의 모든걸 빼앗겼다"
가볍게 볼 수 없는 악재, 피해 규모 확대 우려 등 심화

올해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전세사기’다. ‘건축왕’과 ‘빌라왕’ 등으로 시작된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수많은 피해자를 낳고 죄없는 서민들의 인생을 앗아갔다. 파렴치한 전세사기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현상황과 앞으로의 대책 등을 자세하게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부동산시장에 악마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주택을 싹쓸이했고 혼란을 가중시켰다. 티끌 모아 내집마련에 성공했던 서민들은 한 순간에 길바닥에 나앉게 됐다. 죄 없는 피해자들이 속출하면서 전세사기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2030세대 피해 '집중', 편법 사기 잇따라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 오피스텔에서 피해액 70억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가 발생했다. 부산 서면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을 두고 발생했고 피해자만 70명에 달했다. 집주인이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파산신청을 했고 건물 전체가 경매로 넘어갔다.
‘세 모녀 보증금 편취 사건’도 유명하다. 세 모녀는 2017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자신들의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빌라 500채를 구입했고 분양업자와 공모해 임차인을 모집했다. 임차인들에게는 분양대금보다 비싼 전세보증금을 받아 136명에게 298억원을 편취했다.
임차인이 준 보증금으로 집을 구매하는 방법을 활용해 주택 400채를 매입하고 보증금을 반환해주지 않은 50대도 지난해 경찰 수사에 적발돼 구속됐다. 자기 돈 한푼 없이 480억원대 전세 사기 행각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특히 청년들의 피해가 컸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금액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2.4%(1117억원), 2020년 49.6%(2320억원) 2021년 8월 62.8%(2210억원) 등 해마다 늘었다. 아울러 전체 건수 중 89%는 ‘3억원 이하’로 서민과 청년층에 피해가 집중됐다.
국토교통부가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30대(50.9%)의 전세사기 피해비중이 가장 높았다. 2명 중 1명이 전세사기 경험을 보유한 것이다. 20대(17.9%)와 40대(11.3%)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전세사기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두 가지 있다. 바로 '건축왕'과 '빌라왕'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사회적문제로 떠오른 전세사기의 ‘주역’으로 꼽힌다. 부동산 경험이 적은 청년들을 속여 수억원대의 자금을 자신들의 주머니로 넣었다.
자기자본에 임차인의 보증금을 얹는 전형적인 ‘갭투자’와 달리 빌라왕의 사기 방법은 변형된 갭투자다. 임대인이 자기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오히려 돈을 받고 빌라 명의자가 되는 악의적인 사기다. 생소한 사기 방식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 세입자는 전세계약 체결 후 확정일자를 받아 전입신고까지 완료했으나 자신도 모르게 대출이 이뤄지며 큰 피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한 집은 집주인이 임의로 대출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집주인은 세입자의 도장을 위조해 이사 나간 것처럼 다른 지역에 전입신고를 한 뒤 자신이 그 집으로 전입신고를 하고 대출을 받았다.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 "무시할 수 없다"
청년들의 꿈을 앗아간 것보다 더 비참한 일은 없다. 모든 것을 잃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속출했다. 특히 건축왕에게 속은 미추홀구에서 죽음의 행렬이 시작됐다.
올 2월 30대인 A씨는 전세사기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의 지인은 A씨가 연락을 받지 않자 집에 찾아갔고 문이 열리지 않아 112에 신고했다. 경찰 등이 강제로 문을 열고 진입해 C씨의 사망을 확인했다.
A씨는 7000만원에 달하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가 거주했던 빌라는 2011년 주택 근저당권이 설정됐고 현재 임의 경매에 넘어간 상태다. A씨는 소액임차인 전세금 기준(6500만원)을 초과해 최우선변제금도 보장받지 못했다.
올 4월에는 26세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건축왕으로부터 오피스텔 보증금 9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망하기 며칠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2만원만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 요금 6만원을 제때 내지 못해 단수 예고장도 받았다. 그는 인천 남동공단 등지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2019년 6800만원 상당의 오피스텔을 마련했다가 2021년 8월 재계약 때 임대인의 요구로 전세금을 9000만원으로 올려줬다. 거주하던 오피스텔도 지난해 경매로 넘겨졌다.
미추홀구 한 주택에서 30대 여성 C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C씨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사망했고 그의 집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그는 건축왕 피해자 중 한명이었다. 그가 2019년 9월 보증금 7200만원을 주고 전세계약 맺은 아파트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올 5월에는 미추홀구 숭의동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40대 D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 역시 ‘건축왕’의 아파트 세입자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 한달 전에는 ‘인천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를 찾아 법률상담을 받고, 구제책을 알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세사기는 수많은 피해자의 인생과 목숨까지 앗아갔다.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재난'으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관계기관 모두 전세사기 근절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아직 대책과 지원방안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전세사기 공포가 시작된지 꽤 지났는 데 아직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인들 중에서도 피해를 입은 사례를 많이 들었다”며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악재다. 전세사기에 가담한 모든 사람들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더 많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미 어느정도 예견된 결과다. 전세제도에 빈틈이 많다는 것은 꾸준하게 언급됐지만 결국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며 “악몽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과연 피해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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