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원유 도입 루트 다각화… 유가 안정 가능
장기간 제재로 SOC 등 필요… 건설 수요 급증할 듯
중고차업계 주요 수출지역 중동, 교역 활성화 기대

한국과 이란의 교역 규모는 2011년 174억2600만달러(약 23조2000억원)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한국과 이란의 교역 규모는 2011년 174억2600만달러(약 23조2000억원)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한국과 이란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동결 자금 문제가 해결되면서 산업계에선 이란발 훈풍 기대감이 커진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 자금 전액이 제재에서 풀려 이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동결된 이란 자금은 당시 미국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로 국내은행 등에 보관된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이다. 총 70억달러(9조3240억원)규모다.

14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과 이란의 교역 규모는 2011년 174억2600만달러(약 23조2000억원)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9년 양국간 수출입 규모는 24억1600만달러(약 3조2000억원)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에는 2억600만달러(약 2740억원) 수준을 보였다.

이번 동결자금 문제 해소로 정유업계가 적잖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은 2019년 5월부터 이란에서 원유를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이란의 원유 수출이 정상화되면 원유 도입선 다각화뿐만 아니라 국제유가 수급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란과 거래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이 대규모 원유를 생산해 수출을 시작하면 국제유가가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건설과 자동차업계도 수혜 대상 업종으로 꼽힌다. 장기간 제재로 사회간접자본(SOC)이 필요한 현지 상황 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건설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란은 2010년 경제 제재 전까지 해외 건설 수주액이 전 세계 5위권이었다.

이란과 수교를 맺은 후 1975년 DL이앤씨(구 대림산업)가 이란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현대건설, GS건설 등이 진출해 가스 플랜트 공사 등에 참여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에 동참하면서 사업을 중단했다. DL이앤씨는 이란 현지에 여전히 지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도 이란 시장을 다시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이란 자동차 시장규모는 지난해 연간 약 150만대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미국 정부가 대이란 제재를 재개한 2018년 하반기부터 이란에 대한 자동차 수출을 중단했다. 사업 철수 직전 현지 판매량은 현대차와 기아 합산 약 4만5000대 수준이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과거 이란업체와 합작해 현지에서 조립·판매하는 방식의 생산을 한 경험도 있다.

중고차업계는 대이란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중동이 주요 수출대상 지역이기 때문이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경제 제재가 풀리면 이란으로 가는 중고차 수출이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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