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넘어 유럽 진출 교두보 마련, 정부·기업 원팀으로 나서
미 웨스팅하우스 제기 소송 분쟁 등 해소, 수출 탄력 예상돼
국가별 '맞춤형 전략' 내세워, 대규모 추가 수주 기대감 높아

정부 주도의 차세대 핵연료·소형모듈원전(SMR) 혁신제조·계속운전 안전성 확보 등 원자력 발전산업 초격차를 위한 기술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이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국내에선 원전 생태계 조기 복원이 목표가 된 모습이다. 원전 생태계 금융 지원사업 예산이 새로 편성됐고 SMR 연구개발비도 올해(33억원) 대비 70% 증액된 333억원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친원전 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 수출 주력으로 원전을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앞서 정부는 해외 원전 수주 목표치를 2030년까지 10기로 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무탄소 에너지원 확산 총력에 나선 가운데 국내에선 정부가 기업들의 해외 세일즈 조력자로 나섰다. 

국내 독자기술이 적용된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 1~4호기 전경. 사진=한국전력 제공
국내 독자기술이 적용된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 1~4호기 전경. 사진=한국전력 제공

◆해외 원전 수출길 활짝, 목표 달성 ‘청신호’

최근  미국 법원에서 자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결과는 국내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한수원이 폴란드와 체코 등에 수출하려고 하는 한국형 원전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상 수출통제 대상인 자사의 기술을 활용했다며 소승을 제기한 바 있다. 

미국 정부 허가 없이 독단적으로 수출할 수 없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미 법원은 해당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웨스팅하우스에겐 수출통제 규정 집행 관련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원전 수출을 가로막는 부담 요소를 털러낸 셈이다. 이에 현재 수출을 추진하는 한국형 원전(APR1400)에 대한 수출이 탄력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이미 미국과도 제3국 진출을 위한 원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이를 바탕으로 그간 집중했던 중동시장을 넘어 유럽으로 수출 영토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최우선으로 체코와 폴란드 원전 수출에 힘 쏟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세일즈맨으로 나서면서 추가 수주 청신호를 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달 8000억원 규모의 해외사업 원전기자재 발주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업들이 갖는 부담 해소에 적극적이다. 정부는 이 계획에 따라 기업들에 기술인증을 돕고 금융 지원 등 다방면으로 도울 방침이다. 

업계에선 전 정부에서 침체된 원전 생태계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 당장 산업부도 공급사의 해외사업 참여율을 유도하기 위해 발주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이와 관련 “원전 생태계 정상화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2027년까지 5조원 규모 해외 원전설비 프로젝트 수주, 2030년까지 10기 원전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해외 원전 추가 수주를 돕기 위해 공격적인 세일즈에 나서는 등 전방위 지원에 힘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기업들의 해외 원전 추가 수주를 돕기 위해 공격적인 세일즈에 나서는 등 전방위 지원에 힘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기업들 총력 지원… 수출 모멘텀 강화될 듯

정부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기면서 기업들도 각국의 에너지 안보 위기, 탄소중립 정책 기조에 맞춰 전략적으로 접근 중이다. 원전 도입을 본격 추진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는 국내 원전이 보유한 경쟁력을 앞세운 다양한 수주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는 한수원이 13년 만에 다시 이집트 엘다바 초대형 원전 수주에 성공하는 등 앞으로 줄줄이 예고된 원전 수주에 가능성을 높였다.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지역에 원전을 세웠던 노하우과 경험 등이 수주 과정에서 강점으로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해당 원전은 국가 독자 기술이 집약된 최신 3세대 원전이다. 최종 수주까진 각종 변수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으나,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의 대규모 원전 분야 수출의 포문을 열었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앞으로 예고된 해외 원전사업에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바라카 원전 협력이 중동시장 진출에 발판이 됐던 만큼 이집트 엘다바 원전은 아프리카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높다. 

올해 집중하는 체코와 폴란드에서도 축포가 터질 경우 수주 일감 절벽으로 고사 직전에 놓였던 원전 기자재 및 시공업체에 일감 증가로 이어져 정부가 구상한 원전 생태계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주요 국가들이 국내 원전이 가진 장점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도 해외 수출 목표 달성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 수준의 건설단가와 계획된 예산에 맞춰진 공기 준수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전방위 지원과 의지에 힘입어 해외 수주전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며 “미국 법원 소송 부담도 해소되는 등 신규 원전 건설 수요가 높아지는 영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에서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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