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육성 드라이브, 거대 야당 제동에 막혀
한국형 SMR 개발, 해외시장 진출 차질 예상
여야 대립 속 '고준위특별법'도 폐기 불가피

윤석열 정부 들어서 원전 생태계 회복에 탄력이 붙었다. 각국의 탄소중립 달성 목표에 따라 한국형 원전의 수출이 훈풍을 탈 것으로 기대되며, 친원전 정책엔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다만 최근 국회에서 원전예산이 삭감되는 등 암흑기가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원전이 미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자양분이 될 것이란 평가 속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라 경쟁력이 약화한 국내 원전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최근 삭감된 관련 예산 등에 따라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현시시간으로 지난 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탄소중립 목표, 원전 역할론 증대

앞서 정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지지 선언식에 참석, 친원전 정책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엔 미국과 한국 등 22개국이 참여했다. 당면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하고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2020년 대비 3배 이상 늘린다는 게 골자로 참여국들은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행사에서 “대한민국은 원전을 청정한 에너지원으로 인정하고 전세계 원자력 발전용량 3배 확대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한국은 이미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해 에너지 믹스에서 원전 역할 확대를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런 기조하에 원전 기업 역량 강화, 인력 양성, 소형모듈원전(SMR) 산업 생태계 기반 조성 지원 등을 약속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신규 원전 검토 등 합리적인 전력 공급 방안이 활발히 논의 중이다. 

전기본 계획 수립 방향에 따라 청정에너지원으로서의 원전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친원전 정책을 가속하면서 국내 원전 확대 목표도 점차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고리 2호기를 비롯해 수명을 다한 원전 10기의 연장 운영 계획도 수립됐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핵심이다. 다만 원전 건설에 있어선 정치권 대립,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선제적으로 해소돼야 한다. 

정부의 친원전 드라이브를 야당에선 지속 제동을 걸고 있다. 한국형 소형모듈원전(i-SMR) 기술개발 사업을 포함한 원전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이 대표적이다. SMR은 국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앞당길 핵심 기술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발표했던 원전 정책들이 거대 야당의 몽니로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발표했던 원전 정책들이 거대 야당의 몽니로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원전 예산 삭감·고준위특별법, 여야 극한대립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SMR 기술개발에 적극적이다. 반면 한국에선 관련 예산이 잘려 나가면서 기술개발에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선점을 위해선 사업화가 필수적이나, 예산 삭감으로 이 같은 계획의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두고 첨예하게 맞선 상황에 원전 생태계 조기 정상화도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 관련 업계에선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여야가 조속히 합의해 삭감된 예산을 다시 돌려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국내 원전시장 침체 등 어려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며 “해외시장 진출 등의 계획과 미래사업 기회 등이 제한될지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여기에 원전을 가동 시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를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용지 선정 절차 등을 담은 ‘고준위 특별법’도 국회에서 오랜 기간 표류 중이다. 하지만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사실상 해당 법안의 폐기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핵심 쟁점인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 문제를 놓고 정부 측의 절충안 등을 야당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제21대 마지막 정기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선 여야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당장 임시로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한 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등 원전 가동 중단의 위기감이 커진다. 여야가 고준위법과 관련 총 11차례 법안소위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주요 쟁점사항 등을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 “고준위 특별법의 통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소야대 구조를 고려하면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보는 게 맞다”며 “에너지와 관련된 정책들이 여야의 대립 속 매몰된 모습으로 아쉬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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