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지난해 최대 영업이익 달성
AI 시대 개화하며 주특기 HBM 각광받아
엔비디아 관계 돈독… 올해도 1등 노린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등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 양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판매를 개시할 것으로 보여, 올해도 최상위권 영업이익이 전망된다.

10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의 ‘2000~2024년 국내 매출 1000대 상장사 영업손익 및 당기손익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 중 최대 영업이익을 찍은 기업은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는 2년 연속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놓쳤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매출 1000대 상장사의 지난해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150조원에 육박한다. 2000년 이후 최고치다. 또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 1조원이 넘는 ‘1조 클럽’에 해당된 기업 숫자는 1년 새 6곳 늘어난 29곳으로 집계됐다. 

한국CXO연구소는 “최근 1년 사이 국내 10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92.7% 뛰었으나, 2023년 주요 기업들이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저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000대 기업 중 지난해 영업이익 톱5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기아 ▲현대차 ▲HMM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 SK하이닉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회사가 영업이익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2012년에 SK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2023년에 4조6721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봤지만 지난해는 21조3314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 흑자 전환과 동시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로 등극했다.

시가총액 기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2023년에도 현대차에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는데, 2년 연속 선두를 놓쳐 자존심을 구겼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자, 회사의 주특기로 오랜 기간 갈고 닦아 왔던 HBM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HBM은 D램을 쌓아 올려 만드는 메모리기 때문에 판매량이 늘수록 D램 출하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에 메모리업계에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손꼽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0일 대만에서 개막한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0일 대만에서 개막한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SK하이닉스는 AI용 그래픽 처리장치(GPU)등을 만드는 엔비디아(미국)에 핵심 HBM 공급기업으로 자리했는데,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SK하이닉스 사랑해(JHH LOVES SK HYNIX!)”라고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등 양사는 여전히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바탕으로 다음 세대인 HBM4 공급도 무리 없이 해낼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사장에게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HBM4 개발 진척도는 빠르다. 회사는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들에 HBM4 샘플을 공급하고 올해 하반기 양산을 앞둔 상태다. 아직 샘플 공급 단계지만 최종 납품도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통상 HBM은 연단위 계약을 하기 때문에 내년 HBM4 물량 판매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해 영업이익 1위 굳히기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 덩치는 SK하이닉스보다 3배 이상 컸지만, 영업이익에서는 거꾸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앞섰다”며 “이러한 배경에는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38.3%에 달한 반면, 삼성전자는 5.9%에 불과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SK하이닉스는 6조7633억원으로 삼성전자(1조4692억원)보다 4배 이상 차이난다”며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도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1위를 수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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