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25% 관세면 분기당 2조 증발할 듯"
EU·일본보다 차량가 큰 폭 올라 '경쟁력 위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한미 관세협상 ‘데드라인’이 이틀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업계에서는 협상에 실패하면 현대차그룹의 손실 규모가 연간 8조원에 달하고, 차량 가격 상승으로 경쟁력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 오후 3시(현지시간)부터 2시간 동안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진행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발효일을 다음 달 1일로 잡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그 전에 타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워싱턴DC로 긴급 출국해 협상을 지원에 나섰다.

미국 관세에서 가장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은 자동차다. 대미 수출액 부동의 1위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도 대미 무역 수출 선두는 자동차로, 비중은 전체 품목의 19%에 달해 2위인 반도체(7.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지난 4월 발효된 미국 자동차 관세 25%에 따라 수출액 자체는 감소 추세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14억3000억달러(16.8%)가 급감했다. 주축인 현대차그룹이 관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미국 생산량을 늘리는 생산 변동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관세 여파는 막을 수 없어서 현대차·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8%, 24.1% 줄었다. 감소분은 8282억원, 7860억원으로 추산된다. 합계 1조6000억원이 넘는다.

만약 한국 협상단이 별다른 소득 없이 협상을 끝낸다면 향후 연간 영업이익 감소는 9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앞서 협상을 타결한 유럽연합(EU)·일본과 마찬가지로 15%의 관세로 줄어들 경우, 6조원 수준의 감소로 방어가 가능하다. 

한화투자증권은 “미국의 25% 관세부과 시 현대차·기아의 내년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이 줄 것”이라며 “15%로 가정하면 5조6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영업이익 하락에 따라 가격을 올렸을 경우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3만3500달러선이지만, 업계에서는 25% 관세가 유지될 경우 4만2000달러에 근접하게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투싼 하이브리드와 동급인 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의 경우 15% 관세로 예상하면 3만2600달러의 현재 가격에서 3만7500달러로 비교적 적은 가격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U 주요 브랜드인 BMW의 경우 미국에서 ‘530i xDrive’가 6만달러에 판매 중인데, 15% 관세를 적용하면 6만9000달러까지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제네시스 ‘G80’ 동급 모델의 경우 현 5만7000달러에서 7만1400달러 수준으로 인상 가능성이 제기돼 가격이 역전된다. 시장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타결한 15%도 사실 고율 관세인데, 한국의 25% 관세가 유지되면 현대차그룹이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상반기는 최대한 미국 재고 물량을 소진해서 가격 인상을 막았지만, 재고가 바닥나는 하반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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