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주 법원, 건강 영향 라벨 붙이도록 강제
QR코드 함께 부착…연결된 사이트엔 비과학 정보
업계 강력 반발…헌법 위반으로 법안 철회돼야
법안 이어진다면 삼성·LG 가스레인지 타격 예상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삼성전자·LG전자가 회원사로 속해있는 미국 가전제품 제조업협회(Association of Home Appliance Manufacturers, AHAM)가 콜로라도 주(州)정부의 ‘황당 규제’에 반발해 헌법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이 규제는 콜로라도주 내에 판매하는 모든 가스레인지에 건강·환경 위험 경고를 붙이도록 강제하는 법안인데, 가스레인지 부문에서 미국 최상위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피해가 예상된다.
◆AHAM, 헌법 위반 소송
5일 미국 콜로라도주(州) 지방법원에 따르면 AHAM는 콜로라도 주정부 상대로 수정헌법 1조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인 피고는 질 헌새커 라이언(Jill Hunsaker Ryan) 콜로라도주 보건환경부 국장, 제프 로렌스(Jeff Lawrence) 보건환경부 환경보건 및 지속가능성 부문장, 필 웨이저(Phil Weiser) 콜로라도주 법무장관으로 적시했다.

문제 된 법은 콜로라도주가 지난 6월 4일부터 시행한 법안 ‘HB25-1161’다, 이 법은 가스레인지에 건강 위험 경고문과 QR코드를 부착하도록 강제한다. 콜로라도 주지사 재러드 폴리스(Jared Polis)가 서명하며 공식 발효됐다.
소송을 제기한 AHAM은 미국과 캐나다를 통합해 운영하는 제조업 협회로, 전 세계 가전제품 제조사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정부·전문가와 협력해 다양한 기술 표준 개발, 인증·검증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진행한다.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정회원이다.
소장에서 AHAM은 “콜로라도 주 법률 HB25-1161이 강요하는 규칙들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가스레인지의 건강 위험성을 경고하는 문구와 QR코드 부착을 의무화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벌금, 집단소송, 손해배상 등 중대한 법적 책임을 지우는데, 이는 명백히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비과학 메세지 전달 강제해
콜로라도주가 제품에 부착하도록 한 스티커는 ‘UNDERSTAND THE AIR QUALITY IMPLICATIONS OF HAVING AN INDOOR GAS STOVE.’라는 문구다. 직역하면 ‘실내 가스레인지 사용이 공기질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했음’으로 해석된다.
함께 붙이는 QR코드는 콜로라도주 보건환경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로 연결된다. 이 사이트는 가스레인지가 천식, 암, 심장질환 등 심각한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언급한다.
AHAM은 “이 법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내용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강제로 표현하도록 강요한다”며 “국제 연구 및 정부 기관들의 공통된 견해에 따르면 가스레인지 사용은 건강 문제와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원한 란셋(Lancet) 호흡기 의학 저널의 연구에 따르면 가스레인지는 목재, 석탄 등에 비해서 건강 위험도가 더 낮다고 결론 낸 바 있다.
또 캘리포니아주 중앙 지방법원은 지난 4월 유사한 소비자 소송에서 “가스레인지의 건강 위험성에 과학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제조사의 경고 의무를 부정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감사원, 소비자안전위원회 및 연방 기관들도 이와 동일한 입장으로, 규제 혹은 금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AHAM은 이 법의 입법 목적이 건강 문제라기보다는 기후 변화 및 탈탄소 정책에 근거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법안 발의자 알렉스 발데즈(Alex Valdez) 콜로라도주 하원의원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가스기기를 규제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법안 발의 과정도 결론을 정해 놓고 이뤄졌다고 했다. 지난 3월 26일 콜로라도주 상원 교통에너지위원회 청문회에서는 기후 관련 단체나 탈탄소화 지지자들이 참석해 가스레인지의 건강 유해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AHAM 측 참석자는 연방정부와 WHO의 연구 사례를 들며 과학적 합의가 없고 과도한 처벌 가능성을 지적했으나 법안은 본회의에서 6:3으로 통과됐다.
업계의 우려가 빗발치자 법안을 발의한 발데즈 하원의원은 “QR코드는 단지 환기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실제 연결된 웹사이트에는 환기 관련 내용이 일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HAM은 “해당 웹사이트는 ‘가스레인지 관련 건강 영향’이라는 제목 아래 백혈병, 각종 암, 심장질환, 천식 등 심각한 질병을 나열했고, 다수의 편향된 민간 연구 링크를 걸어놨다”고 강조했다.
◆잘나가는 삼성·LG, 법안 유탄 가능성
소장에서 AHAM은 이번 법안이 수정헌법 1조를 정면으로 위반했으며,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가 유지된다면, 삼성전자·LG전자를 포함한 전자레인지 제조 업체들은 웹사이트에서 판매 시 경고 문구를 영어와 스페인어 두 가지로 굵은 글씨로 게재해야 한다.
AHAM은 “경고 문구 기재 의무는 기업들이 비과학적 메시지를 강제로 표현하게 만든다”며 “즉, 이 법률은 사실과 다른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강제로 전달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소비자는 이러한 정보를 과학적·비판적으로 분석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QR코드로 연결된 웹사이트를 정확하고 중립적인 정부 입장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벌금도 지적됐다. 제품 1개당 최대 2만달러의 벌금과 소비자 민사소송, 손해배상, 악의적 위반 시 3배 손해배상을 명시한 것은 업계에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AHAM은 이 법이 가진 위헌성이 중대함으로 ▲와이저 법무장관의 법안 집행 금지명령 ▲콜로라도주 보건환경부 웹사이트에 소비자 오도 내용 게시 금지명령 ▲이 법이 수정 헌법 1조를 침해함을 선언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법의 목적조차 불명확하며, ‘건강보호’라는 주장도 허구적인 피해에 근거한 것이므로 ‘주대한 공적 이익’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소장을 본 국내 가전 업계 관계자는 “이 사건은 단순한 제품 라벨링 이슈 이상으로 기후정책과 건강 안전 프레임의 비과학성에 대한 반발”이라며 “삼성·LG 등 국내 기업이 억울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철회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이 소송에서 만약 원고가 패소하고 법이 정당성을 얻는 판례가 나온다면 미국 전역에 기준이 형성될 수 있어 결과가 중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스레인지는 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력 가전제품 웹사이트인 ‘굿 하우스키핑(Good Housekeeping)’은 2025년 최고 가스레인지를 LG 스마트 슬라이드-인 가스레인지로 선정했고, 최고 가스레인지-더블오븐 제품으로 ‘삼성 스마트 프리스탠딩 가스 레인지 위드 플렉스 듀오’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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