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임원 레이첼 에반스, 성차별 해고로 소송
한국타이어 자회사 편입 후 임직원 남성 교체 주장
실제 해고 사유는 기밀 유출로 알려져
한온시스템 "여러 차례 외부 기밀 유출 발각"

한온시스템 미국 미시간주 노바이(Novi) 사무소. 사진=구글맵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자회사인 한온시스템의 미국 미시간주 노바이 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전직 여성 임원이 성차별과 출신국가 차별을 이유로 부당 해고됐다며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한온시스템의 글로벌 인사운영이 미국 평등고용법을 위반했는지를 두고 법적 판단을 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동부지방법원 남부지원에 따르면 레이첼 에반스(Rachel Evans)는 한온시스템 미국법인을 상대로 노동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한온시스템이 한국타이어 자회사 편입 후 남성 위주 임직원 교체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으나, 한온시스템은 기밀유출이 해고 사유라고 맞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에반스가 제기한 주요 내용은 성차별(Title VII of the Civil Rights Act of 1964)과 미시간주 민권법(Elliot-Larsen Civil Rights Act) 위반이다. 

전 세계에 40여개 공장을 운영하는 한온시스템은 미시간주 노바이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에반스는 이 사무소에서 2023년 7월부터 인사(HR) 부문 이사급 직책으로 부임해 근무를 시작했다.

에반스가 주장하는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그가 일을 시작한 후 바로 다음달인 8월 한온시스템은 글로벌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에 에반스는 HR 업무 이외에 영업, 품질관리, 안전, 전략 기획 부문 등에서도 역할을 맡았다. 그는 2023년과 2024년 인사 평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2024년 3분기경 한온시스템이 한국타이어의 자회사로 인수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에반스는 기업 실사(due diligence)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이후 2025년 1월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의 최대 주주가 됐고 조직개편에 따라 김 모 전무가 글로벌HQ 인사 총괄로 부임해 에반스의 상사가 됐다. 

4월, 에반스는 인사고과에서 부정 평가를 받았다. 그는 회사에 이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으나 7월까지 응답을 받지 못했다.  

소장에 따르면 에반스는 인사고과 직후 미주 리더십 회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원고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한국 출신 남성을 원한다는 뜻으로 해석했고, 에반스는 “조직이 점차 한국계 남성으로 대체가 진행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한온시스템 미국 내 책임자급에 있던 미국 출신 인사들이 해고되거나 직책이 삭제되는 일이 발생했다. 에반스는 “그 자리를 한국 출신 남성 파견 직원이 차지하는 일관된 패턴을 보였다”고 소장에 적었다.

레이첼 에반스가 제출한 소송장 1면. 사진=미시간주 동부 지방법원 남부지원
레이첼 에반스가 제출한 소송장 1면. 사진=미시간주 동부 지방법원 남부지원

시간이 흘러 지난 7월 8일, 미주지역 총괄 부사장인 브라이언 트루도(Brian Trudeau)는 원고를 점심 회의에 초대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회사가 원고의 고용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이후 법무담당 제이슨 골드만(Jason Goldman)으로부터 이미 원고의 자리를 대신할 한국 출신 남성 직원이 정해져 있고, 그가 미국으로 전근을 준비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에반스는 골드만에게 해고 사유를 물었으나 “이유는 자신도 알 수 없지만, 회사 경영진이 해당 직책에 한국 출신 남성을 앉히고 싶어한다”고 비공식적으로 답변했다. 

이틀 뒤인 10일, 김 전무, 골드만이 참석한 회의에서 에반스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 해고 사유는 듣지 못했다. 김 전무는 원고에게 21일간의 인수인계를 요청했다. 

회의 후 에반스는 7월 31일로 해고 예정일이 지정된 퇴직합의서(Severance Agreement)를 받았다. 다만 바로 이 문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18일, 에반스는 김 전무로부터 ‘즉시 해고 통보’ 이메일을 받았고 퇴직합의서는 철회됐다. 회사는 원고가 기밀 정보를 경쟁사 인사와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징계 해고’로 분류했다.

에반스는 “한온시스템은 본인이 미국 국적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했다”며 “한국 출신 남성 직원으로 대체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해고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과 유사한 조건의 한국 출신 남성 직원들이 원고보다 더 우대받았다”며 “정신적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에반스는 법원에 ▲원래 지위로의 복직 ▲경제적 손해배상 ▲징벌적 손해배상 ▲법률상 허용되는 한도 내의 배상금 ▲차별 행위 금지 명령 등을 요청했다. 

원고의 요청으로 이 재판은 배심원 참여 정식 재판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온시스템 측은 “레이첼 에반스가 해고된 것은 맞으나 이메일로 회사 기밀을 여려 차례 외부로 유출한게 발각됐다”며 “명확한 사유에 의한 인사조치며, 성차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