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각 부처에 차별·혐오 표현 규제 강화를 지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각 부처에 차별·혐오 표현 규제 강화를 지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차별·혐오 표현 규제 강화를 정부 핵심 의제로 공식화했다. 

그는 혐오 발언과 허위 정보 유통을 “민주주의의 일상적 기반을 허무는 범죄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검토까지 포함한 법·제도 개선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종, 출신, 국적을 둘러싼 차별과 혐오 표현이 정치·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조작한 정보가 반복적으로 유통될 경우 그것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작동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사회 공동체를 파괴하는 혐오와 허위 정보는 분명히 규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치권에서의 혐오 조장 행위에 대해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정당 간 갈등 과정에서 게시된 현수막 문구들을 언급하면서 “저열하고 혐오를煽는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걸려도 정당이 게시했다는 이유로 제재가 어렵다는 점은 제도적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저도 민주당 대표 시절 해당 법 개정에 관여했지만, 특정 세력이 이 제도를 혐오 정치의 확산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면 법을 다시 손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직자 발언에 대한 책임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얼마 전 한 기관장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얀 얼굴, 까만 얼굴’이라고 표현한 일이 있었다”며 “그런 식의 발언이 제재 없이 용인되는 일이 더는 있어선 안 된다. 관련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대한적십자사 김철수 회장의 외교행사 발언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외에도 형법 개정 사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그는 법무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여부를 검토하라고 요청했고 “사실을 말했음에도 형사처벌 위험에 놓이는 것은 표현의 자유 원칙과 충돌한다”며 “실제 피해가 있다면 민사적 손해배상 절차로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 등 유럽 사례를 참고해 신속히 제도 개선하라”고 거듭 지시했으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즉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발언을 마무리하며 “혐오와 차별이 일상화되면 사회 전체가 병들고 공동체의 신뢰가 붕괴된다”며 “표현의 자유와 인간 존엄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보장되어야 할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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