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방문·한강버스 사고 등 연이어 대립각
서울시장 출마설 부인에도 존재감 확대 지속
"정치적 의도 없다"지만… 金 행보에 시선 쏠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86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86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연이어 서울시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오세훈 시장과의 대립 구도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앞서 종묘 앞 재개발, 한강버스 안전 논란을 지적한 데 이어 이번에는 광화문 ‘감사의 정원’ 조성 사업을 직접 점검하며, 법적·절차적 문제 여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당장 서울정책 전반을 두고 총리가 직접 공개 견제에 나선 흐름 속 정치권에서는 재차 “김민석 총리 서울시장 출마설”이 꿈틀대는 모습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총리는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전날 재차 부인했다. 그는 이와 관련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적 해석을 하실 필요 없다”며 “수많은 업무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명직으로서 맡겨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출마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설은 지난 10일 김 총리가 종묘 인근 초고층 개발 계획에 대해 직접 종묘를 찾은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그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훼손 우려를 언급하며, 제도적 보완과 공론화 절차를 촉구했다. 

서울시가 법적 기반까지 확보한 사업에 대해 총리실이 사실상 재검토 요구를 내놓은 셈이다. 이달 14일에도 김 총리는 한강버스 운영 현장을 찾았다. 당초 일정이 없던 ‘전격 방문’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철저한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다음날 실제로 잠실 선착장 인근에서 한강버스가 바닥에 걸려 멈추는 사고가 발생하자 즉각 특별 점검을 지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 총리가 서울시 정책 감시자를 자처한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김 총리는 17일엔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감사의 정원’ 조성 관련 시민단체 면담 후 현장 점검에 나섰다.

그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모신 광화문에 굳이 ‘받들어 총’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국민의 몸에 와닿을지 의문”이라며 오 시장의 상징정책을 향해 직설적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이처럼 총리가 서울만을 향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잇따르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선을 비롯한 내년 지방선거 등 향후 권력 흐름과 엮어 바라보고 있다.

특히 김 총리가 총리 역할은 계속하며, 내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그가 당권 관련 질문에 “맡겨진 바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남기며, 해석을 더 키웠다.

결국 그의 행보와 숨소리까지 주목받는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 후반기 안정적 당정 운영을 위해 친정 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이미 김민석 총리라는 이름이 정치적 중심축에 놓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한편 국민의힘은 김 총리의 서울시 견제 행보를 노골적인 정치 개입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전 선거 운동과 유사한 행태”라며 비판했고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총리 권한을 이용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며 “민생보다 선거에 관심이 있다”는 공세를 폈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세훈 견제 구도’가 김 총리의 정치적 조명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만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총리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주요 정책을 놓고 매번 등장해 발언하면, 국민은 ‘서울시장 역할을 대신하는 것 아니냐’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주목도는 김 총리의 가장 큰 자산이고 이를 누구보다 잘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라며 “오 시장은 야권의 핵심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그런 오 시장을 상대로 국무총리가 정책적 대립을 이어간다는 건 자연스럽게 양강 구도를 연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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