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대장동 이슈 주도, 당내 입지 회복
지도부는 견제, 계파 갈등은 '현재 진행형'
보수논객까지 가세, 지선 앞둔 기싸움 본격화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고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입지가 축소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다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고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입지가 축소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다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당내 입지 축소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치적 존재감을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이다. 

앞서 한 전 대표는 8월 전당대회에서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고 장동혁 대표가 ‘윤어게인’을 전면에 내세워 당선된 뒤 당 주류에서 밀려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과 정부의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 신청 승소 결정이 겹치면서, 그는 여권 내 ‘대여(對與) 전면전 스피커’로 재부상하는 분위기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가 론스타 사건 취소 신청 소송에서 승소 판정을 받자 시선은 자연스레 이 소송을 제기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엇던 한 전 대표로 향했다. 

그는 이와 관련 즉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승소는 새 정부의 업적이 아니다”라며 “항소 제기 자체를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이 구경만 하다 뒤늦게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한 전 대표는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에서도 선봉장 역할을 자처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한동훈 덕분에 윤석열과 함께 묶이던 ‘무능한 보수’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벗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극우화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를 견제하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장동 장외투쟁을 이어가면서도 논평에서 한 전 대표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등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 전 대표가 당내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는 사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장외투쟁 방식과 메시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장외집회 참여 의원이 절반 수준에 머물자 ‘장외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 한 전 대표를 향한 내부 견제는 더욱 노골적으로 표출된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SNS에서 “론스타 사태를 영웅 서사로 만들려는 ‘한’가로운 사람이 있다”며 “잘된 일은 내 공, 잘못은 남 탓 하는 리더는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반면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비아냥은 부적절하다”며 즉각 반박하는 등 내홍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계파 갈등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들은 “친한계와 친윤계는 남보다 못한 사이”라며 “계엄·탄핵 사태를 거치며 반목이 극심해졌다”고 우려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맨 앞줄 가운데)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SETEC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전국 당협 사무국장 직무연수 및 성과공유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맨 앞줄 가운데)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SETEC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전국 당협 사무국장 직무연수 및 성과공유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장동혁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대여 강경투쟁을 이어가면서 중도 확장 전략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여당의 ‘이재명 재판 리스크’라는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당 지지율이 박스권 저공비행을 이어가는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론스타 승소로 인한 정치적 반사이익도 지도부는 경계하는 모양새다. 김민수 최고위원의 ‘영웅 아니다’ 발언은 이를 대변하며, 친한계와 충돌의 불씨가 됐다.

조갑제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락을 거론하며 “당권파는 ‘윤어게인’ 세력으로 한동훈을 원수처럼 대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동훈 포용론’도 제기되지만, 지도부는 한 전 대표를 압박하는 기조를 유지 중이다. 

당원게시판에 한 전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의혹을 놓고도 지도부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사실상 압박을 강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전 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지금은 누굴 내쫓을 때가 아니라 함께 싸워야 할 때”라며 내부 공방을 경계했다. “임진왜란이 나면 의병도 관군도 함께 싸우는 것 아니냐”는 발언 역시 계파 갈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계파 갈등은 최근 박민영 대변인이 친한계 김예지 의원을 겨냥한 부적절 발언으로 확산됐다. 지도부는 ‘구두 경고’에 그쳤고 일부 극우 성향 유튜버는 ‘숙청’까지 언급하면서 막말을 이어가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연이어 의원들과 오찬을 갖고 내부 결속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장동혁 대표는 “단일대오로 대여투쟁에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하며, ‘황교안 논란 발언’ 해명도 병행했다. 

다음 달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대응 방안도 논의됐다. 의원들은 초당적 대응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지며, 지도부는 표면적으로는 ‘분열은 없다’는 기류를 강조하고 있다.

당명 변경 논의도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2020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뀐 후 5년이 지난 만큼 변화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지도부 공식 검토 단계는 아닌 ‘아이디어 수준’으로 평가된다.  

당 지지율 정체와 내부 갈등이 맞물린 국민의힘이 장동혁 체제에서 다시 떠오르고 있는 한 전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 세력을 품어 내부 결속과 외연 확장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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