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검찰청법상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민주당, 수사 범위 제한으로 해석…법무부 "대통령령에 권한 위임한 것"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법무부가 공개한 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국회가 검찰청법을 개정해 직접수사 대상을 부패·경제범죄로 제한했는데, 시행령을 고쳐 삭제한 주요 범죄를 포함하면서다. 

법무부는 모법인 검찰청법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서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시행령 개정으로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한다며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이달 11일 검찰의 직접수사 분류체계를 담은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 조문은 내달 10일 시행되는 검찰청법(제4조 검사의 직무)의 세부내용을 담았다. 검찰청법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중요범죄 범위를 기존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에서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대폭 축소했다.

검찰청법은 중요범죄를 시행령으로 위임했는데, 공개된 시행령 개정안 속에는 검사의 수사범위를 확대하는 할 수 있는 장치가 포함됐다. 법무부가 모법의 '부패·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조항의 '등' 표현을 놓고 "시행령에 구체적 권한을 위임해 재량권을 준 것"이라고 해석하면서다. 

민주당은 올해 초 검찰 수사권 조정과정에서 수사권을 부패·경제범죄 외 시행령으로 확장할 수 없다고 못 박았지만, 법무부는 이를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검찰은 시행령 개정으로 다양한 범죄를 수사범위 안에 포함할 수 있게 됐다. 검찰청법 개정으로 사라진 공직자와 선거범죄 일부도 검사의 수사개시 대상으로 편입됐다.

공직자 범죄 중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은 뇌물 등과 함께 부패범죄의 전형적인 유형이고, 선거범죄 중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은 금권선거의 대표 유형이므로 '부패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또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와 서민을 갈취하는 폭력 조직·기업형 조폭·보이스피싱 등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를 '경제범죄'로 정의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부패·경제범죄 이외에 사법질서저해 범죄와 개별 법률이 검사에게 고발·수사의뢰하도록 한 범죄도 '중요 범죄'로 지정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다.

무고·위증죄는 '사법질서 저해범죄'로 규정했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무고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검사가 수사할 수 없는 현행 법령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이다.

검찰 수사권 조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법무부이 시행령을 개정해 검찰의 수사권을 복구하려는 데 관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시행령으로 법률을 무력화시키는 반헌법적 위법행위로 윤석열 정부의 ‘돌격대장’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 쿠데타를 멈추지 않는다면 국회는 헌법정신 수호를 위해 입법으로 불법행위를 중단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장관이) 급기야 본인이 직접 기존의 법을 넘어선 시행령으로 무소불위의 권력 행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여론을 받아들여야 할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만든 법을 무력화하면서 무리수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성하지 않는 정부와 측근에게는 국민의 심판이 내려질 것"이라며 "민주당은 한동훈 장관의 무소불위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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