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C-LCC 경험 두루 갖춘 국내 보기 드문 항공 경영 전문가
위기 속 매출 다변화, 중·단거리 노선 핵심 경쟁력 복원 노력

사진=제주항공 제공
코로나19 이후 항공업계에 위기가 깊어지는 가운데 2년 전 제주항공의 위기 극복 구원투수로 발탁된 김이배 사장의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제공

[서울와이어 박정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고물가, 고환율 등 계속된 악재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2년 전 제주항공의 위기 극복 구원투수로 발탁된 김이배 대표(부사장)의 어깨도 날로 무거워지는 상황이다.

생존을 위한 투쟁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달라진 시장에도 대응해야 하는 이중고 속에 제주항공을 대한민국 2위 사업자로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힌 김 대표가 어떻게 이 위기를 해쳐 나갈지 주목된다.

◆FSC-LCC 경험 두루 갖춘 30년 경력 전략·재무 전문가

1965년생인 김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시라큐스대에서 MBA를 마쳤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이후 기획관리실을 거쳐 전략경영팀장, 미주지역본부 본부장, 경영관리본부 본부장 등을 두루 거친 뒤 2020년 제주항공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항공 외길을 걷는 전략·재무 전문가다.

아시아나항공 재직 시절 김 대표는 노선 수익성 점검, 임금 협상 등 회사 살림과 관련한 핵심 업무를 주로 맡았다. 미주지역에서 근무할 때는 뉴욕 노선을 신규 취항하는 성과를 냈다. 이에 김 사장 취임 당시 제주항공이 장거리 노선 개척 등도 힘을 쏟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30여년간 몸담은 아시아나항공에서는 감사보고서 사태에 책임을 지고 2019년 4월 기획본부장 자리를 떠났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회계법인의 한정의견 발표로 회계 부실 파문이 일었고 이는 유동성 위기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회사 매각에 이르렀다.

하지만 김 대표는 2020년 제주항공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되며 항공업계에 돌아왔다.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서의 임원 경력과 등기이사로 경영에도 참여했던 그는 업계에서 대형항공사(FSC)와 LCC 경험을 두루 갖춘 몇 안 되는 경영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단거리 노선에 핵심 경쟁력을 복원하고 LCC 맹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사진=제주항공 제공
김 대표는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단거리 노선에 핵심 경쟁력을 복원하고 LCC 맹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사진=제주항공 제공

◆자본확충 노력, 중·단거리 경쟁력 복원으로 '비도진세'

코로나19 이후 업황악화 속 제주항공으로 터를 옮긴 김 대표는 취임과 함께 현장 직원 격려에 나서며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 마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먼저 취임 후 주요 과제로 꼽혔던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 임직원의 일터를 지키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재무 건전성과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한 자본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 연결 매출 1262억원, 영업손실 55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68% 늘었고 영업손실은 지난해 712억원보다 축소됐지만 부채비율은 800%대로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 26일 제주항공은 총 3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전체 주식은 4975만9668주에서 7699만3711주로, 자본금은 497억5966만원에서 769억9371만원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8월과 11월에도 각각 1506억원, 2066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난 5월에는 두 차례 사모 영구채 790억원을 발행했다.

수요 회복이 더딘 여객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화물기를 도입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나섰다. 또 대한항공과 함께 LCC에서는 유일하게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 등 신사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며 매출 다변화를 시도 중이다.

무엇보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전략으로 LCC의 대표 가치인 ‘단거리 운항’과 ‘원가 절감’을 강조했다. 지난 6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항공 비즈니스 안에 장거리·단거리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고 시대는 하이브리드화 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다 잘 할 수 없으니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하고 그것이 곧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약을 준비해서 세상을 나아간다는 뜻의 ‘비도진세’를 앞으로의 전략으로 내세우며 “중·단거리 노선에 핵심 경쟁력을 복원하고 LCC 맹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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