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임시임회서 '산문출송' 결의… 사실상 불교계서 퇴출
후임 주지 선임 놓고 내홍 격화, 지난 16일 승려 간 '충돌'

성추문 의혹으로 사퇴를 결정한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사진=연합뉴스 제공 
성추문 의혹으로 사퇴를 결정한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성추문 의혹을 받는 경남 합천의 법보종찰 해인총림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이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의 임기는 8개월 남은 상태로 2018년 불거진 여성 추행 의혹에 결백을 주장했지만, 조계종뿐 아니라 전 불교계 이미지 실추에 대한 책임론이 일자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불교계에 따르면 해인총림 해인사는 지난 16일 임시임회를 열고 성추문 의혹의 당사자인 현응 스님을 산문출송(山門黜送)하기로 결의했다. 산문출송은 승려가 큰 죄를 지었을 경우 절에서 내쫓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조계종단의 공식 징계 절차는 아니다. 실제 법적 효력이 없지만, 쉽게 말해 각종 의혹을 받는 인물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퇴출을 압박하는 수단이다. 진위여부에 대한 조사는 추후 이뤄질 전망이다. 

현응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 교육원장 시절 여성을 추행했다는 의혹에 휘말렸고 이를 전면 부인해왔다. 하지만 불교계는 관련 사안으로 큰 충격에 빠졌고,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현응 스님은 2009년부터 조계종 승려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원장을 10년간 맡는 등 요직을 맡아왔다. 당장 후임 주지는 심의를 거쳐 방장이 추천하며 총무원장의 임명으로 결정된다.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성공 스님은 이와 관련 "징계 여부 및 절차는 조계종 총무원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계종 종무회의는 이르면 이날 후임자 선임을 위한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해인사 내부에선 관련 문제로 갈등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해인사에서는 법전 스님이 종정을 할 당시 예경실장과 주지를 거쳤던 선각 스님, 현응 스님 두 파벌로 나눠져 대립각이 형성됐다. 실제 임시회의 때 승려 50여명이 대치하고, 몸싸움을 벌였다. 

후임 인사에 대해 방장 스님인 원각대종사가 후임 주지로 원타 스님을 추천했지만, 관련 제출 서류 미비로 총무원으로부터 반려되면서다.

경찰에 따르면 내부 갈등으로 해인사 관계자 1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기까지 했다. 

임시회의에 앞서 차기 주지 선출을 두고 내홍이 심화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경찰은 몸싸움이 벌어졌던 현장 목격자와 증언, 폐쇄회로(CC)TV영상 등을 토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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