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삼성전자 정기주총, 이 회장 등기이사 선임건 상정 안돼
매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재판 등 '사법 리스크' 영향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당초 예상과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다음 달 중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복귀하지 않기로 했다.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임원 신분인 이 회장에 등기이사 선임은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4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정기주총 상정 안건과 소집일 등을 논의한 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주총소집결의를 공시했다.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주총에선 ▲재무제표 승인 ▲한종희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안건 등의 안건만 상정됐다. 관심을 모았던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없었다.
앞서 재계 사이에서 그의 등기이사 복귀는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로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른 시일 내 주총을 통해 선임 안건이 상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회장 취임 당시 삼성전자 이사회는 승진 안건을 가결하면서 그 배경과 관련 책임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 등을 이유로 꼽았다. 등기이사의 경우 이사회 구성원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며, 법적 책임을 진다.
이에 사내 이사회 복귀와 동시에 등기이사 선임은 삼성이 추진하는 미래 먹거리 육성과 연계됀 대형 인수합병(M&A) 추진 등 중요한 투자 결정에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주총에서도 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복귀 시기는 미궁 속으로 빠졌다.
일각에선 사법 리스크가 전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 무리한 복귀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이 회장은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과 3주 간격으로 금요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실상 등기이사 복귀 시에도 이사회 일정 등을 조율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 이 회장이 당분간 복귀 없이 대외 일정 등을 활발히 수행하며, 현재와 같은 행보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회장 취임 직후 국내외 사업장을 찾아 현장경영을 펼치며 직원들과 접점을 늘리는 등 광폭행보를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로서 등기이사에 복귀했다 하더라도 매주 열리는 재판 참석으로 이사회를 이끌기엔 힘들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복귀를 서두르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재판 진행 과정을 지켜보며 다시 시점을 저울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다음 달 15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4기 정기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주주들의 경우 다음 달 5일 오전 9시부터 14일 오후 5시까지 전자투표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주들은 올해 주총에서 별로 마련된 사이트에 접속해 온라인 중계를 시청하고, 안건별 질문도 자유롭게 등록하면 된다. 또 회사는 2020년부터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사전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의 일환으로 종이 절감을 위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 이하 주주를 대상으로 발송되는 우편물을 전자공시시스템의 전자 공고로 대체했다.
우편물 감축을 통해 약 3500만장의 종이 절감이 가능할 전망으로 30년산 원목 약 3000여그루를 보호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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