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시장 한파에 미래준비 나서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서 운영 자금 차입
올해 계획한 '시설 투자' 강행 의지로 해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가운데)이 지난 7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관계자들과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가운데)이 지난 7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관계자들과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대규모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긴급 수혈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5%를 가진 자회사로 이번 차입금은 반도체 투자를 위해 사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운영자금 20조원을 단기 차입한다고 공시했다. 상환일은 2025년 8월16일까지로 이자는 연 4.6%가 적용된다. 차입금 규모는 삼성전자의 2021년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대비 10.35% 수준이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본 차입은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120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지닌 삼성전자가 자회사에서 자금을 빌린 것을 두고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반도체 업황 악화 속 이뤄진 차입으로 추가 투자를 위한 목적이 담긴 것으로 관측한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는 시설 투자에만 사상 최대인 53조1000억원을 쏟아부었다. 금액 가운데 90%는 반도체분야에 집중됐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투자가 예상된다. 국내외 동종기업들이 줄줄이 제품 생산 감산, 투자 축소에 나선 가운데 회사는 기존 계획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악화된 업황에도 미래 준비에 투자는 필수적이란 판단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와 관련 지난달 31일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결론적으로 올해 시설투자(캐펙스·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차입금을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첨단공정 수요 대응 등을 위해 평택과 미국 테일러의 생산능력 확대 중심으로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공정개발 등 연구개발(R&D) 부문은 물론 메모리반도체 인프라 투자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회사 차입이라는 비상수단을 동원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반도체 투자를 계획대로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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