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 890조5000억원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후 최고 손실액 기록해
보건복지부 "장기수익률 제고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국민연금이 지난해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며 80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890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해당 기간 손실액은 79조6000억원에 달했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0.18%) 사상 첫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2018년 미·중 무역분쟁과 통화긴축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 속에 수익률이 다시 마이너스(-0.92%)로 떨어졌다. 지난해가 역대 세 번째 마이너스 수익률로 손실폭은 가장 컸다.
자산별로 보면 국내주식(-22.76%), 해외주식(-12.34%), 국내채권(-5.56%), 해외채권(-4.91%) 등이다.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미국의 공격적 긴축과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로 증시불안 요인이 지속되면서 주식 투자가 큰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해외주식 29.77%, 국내 주식 5.88%를 비롯해 금융 부문에서 10.86% 수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다만 기금 설립 이후 누적 수익률은 5.11%로 최근 5년간 총 151조원의 운용수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 측은 “통상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이 반대로 움직이지만 지난해에는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며 “주식·채권이 동시에 대폭 하락한 것은 국내에서는 2001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금운용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한 장기수익률 제고를 위해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며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양호한 해외·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신규자산 발굴을 통해 자산배분체계를 유연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